파두, 코스닥 상장 3개월 만에 논란
유니콘 23개사 중 절반이 적자 기업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최초 반도체 팹리스(설계) 유니콘 기업 파두가 코스닥 상장 3개월 만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두 사례로 K유니콘에 대한 기준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유니콘 기업은 23개로 역대 최대치로 추산되지만, 이 중 절반은 적자다. 실적 부진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 못받는 스타트업도 늘어나는 가운데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유니콘 기업들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코스닥 상장 3개월 만에 일명 ‘뻥튀기 상장’ 의혹에 휩싸였다. 코스닥 상장 이후 첫 공개한 파두의 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아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 현황. / 표=김은실 디자이너
지난해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 현황. / 표=김은실 디자이너

파두는 올해 연간 매출액 12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파두는 올 1분기 매출 176억6000만원,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100만원에 그쳤지만 파두 측은 이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 파두가 예상 매출액에 도달하려면 올 4분기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내야 한다. 이로써 증권가에서는 파두가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최소 2분기 추정 매출액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실적 부진을 숨기고자 연간 매출 추정치를 속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파두와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6월 중순쯤 상장을 위한 기업 실사를 마치고 7월 이후 상장했기 때문에 반기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두 사례로 시선은 K유니콘에 옮겨지고 있다. 파두뿐 아니라 K유니콘으로 선정된 기업들의 실적도 저조한 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유니콘 기업을 23개사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2곳을 제외하면 21개사 중 11개 기업이 지난해 적자에 그쳤다.

해외에서는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 투자 유치,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이여야 유니콘으로 분류한다. 다만 파두는 올 초 12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800억원을 인정받은 후 유니콘으로 등극됐다. 통상 기업가치는 VC를 비롯한 투자사가 기업 주식 수에 따라 산출된다. VC는 최대한 높은 공모가를 산정해 빠른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상장 주관사도 주식 거래량 증가로 이익을 보는 구조기 때문에 외부 감시·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VC 측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투자사들이 기업 실사를 진행한 후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VC가 산정한 기업가치에 따라 유니콘으로 선정된다"면서 "실제 1조원 가치인 기업이 3조원으로 평가받아 투자를 받았다면, 공모가가 높아질 수 있다. 최근 유니콘 기업이 상장된 후 공모가가 과대평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생각은 있다”면서 “기업가치도 변동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기업을 관리하고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 사진=중기부 캡처
연도별 유니콘 기업 현황. / 사진=중기부 캡처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유니콘 기업 주요국 비교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유니콘 기업 중 한국 유니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년(2019년~2023년)간 2.2%에서 1.2%로 감소했다. 한국 유니콘 기업가치도 2019년 28억9700만달러(약 3조8353억원)에서 2023년 32억5400만달러(4조3079억원)로 12.3% 증가했다. 다만 글로벌 유니콘 기업가치가 같은 기간 1조3546억달러(1792조6776억원)에서 3조8451억달러(5088조6053억원)로 183.9% 급증해, 그로벌 유니콘 기업가치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0.8%로 감소했다.

VC업계에서는 “결국 유니콘 기업의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투자 혹한기로 스타트업들이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수익성도 악화됐다”면서 “VC들의 목적은 스타트업들의 엑시트에 있는데 기업들의 수익이 낮다보니 IPO로 연결시키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콘 기업가치 또한 유동적으로, 지난해 유니콘 기업이어도 올해는 유니콘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에 나섰다. 특례상장 제도는 전문평가기관에서 A등급 이상 기술평가 등급을 받거나 상장 주선인에게 추천을 받아 아직 매출이 없거나 적자 기업이어도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통상 스타트업 기업들이 IPO 준비 과정에서 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최근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방안 시행을 위해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 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술·성장성 특례 요건으로 신규 상장한 기업(스팩 합병 상장·이전상장 제외) 26개 가운데 17개사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에스바이오메딕스, 씨유박스, 시지트로닉스 등은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지만 공모가보다 주가가 50%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거래소는 최근 3년 이내 상장 주선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조기 부실화되면 해당 주관사가 추후 기술특례상장 주선 시 풋백옵션 등 추가 조건을 부과한다. 풋백옵션은 일반 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으로 배정받은 주식의 가격이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공모가의 90% 이하로 떨어지면 상장 주관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이 외에도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유형을 체계화하고, 중견기업 등이 30% 이상 출자해 법률상 중소기업으로 인정되지 못해도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기술특례상장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해당 제도 개선은 이해관계자, 시장참여자 의견수렴 및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내년 1월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VC업계 관계자는 “유니콘 기업만 배출할 것이 아니라 유니콘 선정된 이후 기업들의 재무상황, 기술 개발 여부 등을 지속 관리할 창구가 필요하다”면서 “유니콘 기업들의 지속 육성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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