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어닝 쇼크···상장 전인 2분기에도 실적 부진 드러나
주관사 실적 추정치와 큰 괴리···주관사 책임론 부상
“해당 사실 알았어도 문제 몰랐어도 문제” 주장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올해 하반기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혔던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가 실적 충격에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주관사가 추정한 실적과의 괴리가 크게 발생한 데다 실사 기간에 포함되는 지난 2분기 실적도 극도로 부진했던 것이 드러난 까닭이다. 투자자 사이에선 주관사가 의무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지난 3분기 3억208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7.6% 감소한 수치다. 영업손실은 148억원으로 지난해 9억4800만원 손실에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 같은 어닝 쇼크에 파두 주가는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이날 역시 20%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파두가 급격한 실적 하락을 보이면서 IPO를 대표로 주관했던 NH투자증권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상장 주관사가 제시한 실적 추정치와 파두의 올해 누적 실적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공시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주관사는 파두가 올해 매출 1203억원, 영업이익 1억원, 순이익 1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파두의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180억원, 영업손실 344억원, 순손실 337억원에 그친다. 이번 4분기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해야 해서 사실상 추정치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두의 실적 추정치가 몸값 산정에 쓰였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파두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으로 미래 실적을 바탕으로 몸값을 책정했다. 주관사단은 2024년 순이익 추정치인 948억원에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 가치로 환산했다. 이후 비교기업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을 적용해 1조원이 훌쩍 넘어서는 몸값을 제시했다. 내년 실적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올해 실적 성장세가 내년 실적 추정치와 연결된다는 측면에서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 2분기 실적도 극도로 부진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실사를 소홀히 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파두는 IR(기업설명)을 통해 지난 2분기 5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분기 매출 176억원에서 급감한 수치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증권신고서는 지난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작성됐지만 주관사의 실사는 지난 6월 29일까지 진행했다고 증권신고서 상에 기재 돼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파두의 실적 악화를 두고 중대한 이슈가 지난 2분기부터 발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파두는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통해 미국 빅테크인 메타의 데이터센터에 SSD컨트롤러를 공급한다. 이는 SSD컨트롤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SSD컨트롤러 매출은 전체 매출의 65% 수준이다. 그런데 2분기부터 SSD컨트롤러 매출이 전무하면서 SK하이닉스와의 거래가 끊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역시 주관사 실사 기간 중에 발생한 이슈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2분기 공식적인 결산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4월과 5월의 실적이나 분위기에 대해선 주관사가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며 “기술특례 상장 기업 IPO에선 실적 추정이 중요한데 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주관사가 몰랐다고 해도 문제이고 알았다고 해도 문제여서 자칫 집단 소송 등 법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발행사인 파두 역시 논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상 주관사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 전까지 실사하고 그 뒤에는 공식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는 이상 별다른 실사가 없다. 대신 발행사로부터 납일 기일까지 문제가 없다는 진술 보장 계약서를 받는다”며 “특이사항을 고지하지 않았을 경우 발행사에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파두와 인수단의 인수계약서에 따르면 발행사인 파두 측은 ‘인수단에 제공한 과거 자료와 정보에 중요한 내용에 대한 허위사실이나 중요한 사항에 대한 누락이 있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모든 예측자료 및 정보는 발행회사가 알고 있는 한 합리적 가정 또는 판단의 근거가 있으며, 그 예측의 수정 또는 근거의 변경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NH투자증권 측은 주관사 실사 부실 의혹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파두의 경우 2분기 실적 급락 이슈를 인수단에 고지했는지를 질의하려 했으나 공식 IR 연락망이 끊겨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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