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조동혁·조동길 회장 연령 70세 안팎···승계 과정 본격화
안정적 경영권 확보 위한 보유지분 부족, 추가 매입 필수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왼쪽)과 조성민 한솔홀딩스 부사장. /사진=한솔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왼쪽)과 조성민 한솔홀딩스 부사장. / 사진=한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범(汎) 삼성가로 분류되는 한솔그룹의 경영승계 움직임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3세’로 분류되는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에 이어 조성민 한솔제지 친환경사업담당 상무가 최근 지주사인 한솔홀딩스 부사장으로 승진·이동하면서 경영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솔그룹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1991년 전주제지(현 한솔제지)를 분리·독립해 시작된 기업이다. 현재는 이인희 고문의 장남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과 삼남 조동길 한솔홀딩스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조동혁 회장(73)과 조동길 회장(68)의 연령이 70세를 넘었거나 가까워지며, 이들의 자녀인 ‘3세’들이 그룹내 요직에서 경영권 승계 코스를 밟는 중이다. 

조동혁 회장의 장녀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44)은 2020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해 경영수완을 인정받고 있다.

한솔케미칼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테이팩스 인수를 주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1250억원에 테이팩스를 사들였고, 2021년에는 해당 기업의 대표직도 겸직하기 시작했다. 산업용 기능성 테이프 생산이 주력으로 현재 국내 배터리 3사인 테슬라 등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조동길 회장의 장남인 조성민 한솔제지 상무(35)는 최근 인사에서 한솔홀딩스 사업지원팀장으로 임명됐다. 전무를 거치지 않고 지주사 부사장으로 단번에 승진·이동한 셈이다. 2016년 한솔그룹에 입사한지 7년 만에 부사장이 됐다.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왼쪽)과 조동길 한솔홀딩스 회장. /사진=한솔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왼쪽)과 조동길 한솔홀딩스 회장. / 사진=한솔

경영 일선에서 조연주 부회장과 조성민 부사장이 활동 중이지만, 경영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허들’이 남았다. 소속 기업의 보유 지분 확대와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 등이다.

조 부회장의 한솔케미칼 보유 지분은 올해 상반기말 기준 1.42%다. 조동혁 회장의 11.65%를 모두 상속 혹은 증여 받는다고 해도 13.07%다. 재계에선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30%는 넘어야 경영권이 안정돼 있다고 판단하는데, 조 부회장의 경우 우호지분까지 합쳐도 안정권까지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조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그의 한솔홀딩스 보유 지분은 3.0%, 조동길 회장의 17.23%를 받으면 20%가 넘어 조 부회장보다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안정권에는 못 미친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승계 과정에서 사모펀드 등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경우는 대기업집단에서 흔한 일”이라며 “한솔 3세들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지분 매입이 필수적인 시점”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부친의 지분 상속·증여 과정에서 발생할 세금 재원 마련도 필수다.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택한 주식담보대출로 상속·증여세를 납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솔 측은 ‘2세’인 조동혁·조동길 회장이 건재한 만큼 지분 이동이나 재원 마련을 위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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