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승계 관련 상속세 OECD 최고 수준···오너, 세부담 줄이려 기업성장 기피
“기업 승계 한해 양도세 방식 과세 필요”···정부 “자본이득세, 정책 마련에 참고”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우리 기업이 과도하고 불합리한 상속세 부담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기업 오너가 상속세를 적게 내기 위해 기업 가치를 일부러 낮추면서 국가 경쟁력까지 좀먹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더해 주식 등 기업 자산을 상속받을 경우 양도 시점에 발생한 이익을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방식을 도입해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 과세방식은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이다. 상속세율은 5단계 초과 누진과세 방식으로 과세표준 30억원 초과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50%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기업자산의 경우 주식 할증평가 방식을 적용하면 세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최대주주군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선 주식가치의 20%를 할증해 과세표준에 합산하기에 실질적으로 오너 주식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60%(50%*(1+20%))로 책정된다. 이에 우리나라의 기업 승계 관련 상속세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상속세 과세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상속인이 받은 재산 기준으로 누진세율 적용)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지난달 공개한 세법개정안에서는 가업상속공제 등 기업관련 상속세 부담 경감책도 내놓았다. 현재 기업상속 관련 과세특례제도로는 가업상속공제제도, 가업승계증여세 과세특례,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 등이 있다. 올해부터는 상증세 납부유예 제도도 도입됐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여권 내에선 기업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좀 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기업자산의 경우 현금화가 쉽지 않고 기업의 자산이 기업을 상속받은 개인의 자산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미실현 이익인 점을 감안해야 한단 것이다. 

이날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선 기업에 대한 상속세 부과가 논리적으로 모순되며 양도소득세와 유사한 자본이득세 방식으로 과세하는게 적절하단 제안이 나왔다. 자본이득세는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을 상속인이 승계받아 처분할 때 피상속인 보유시점의 자본이득을 과세하는 방식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동안 과세를 이연한다고 보면 된다.

자본이득세는 기업승계용 주식으로 신고된 주식에 한해 무상취득한 것으로 하고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그 주식을 양도할 때 50%를 과세표준으로 산정한다. 대주주는 신고 주식의 1주만이라도 상속인 외의 자에게 팔면 자본이득세 부과대상이 된다.

현재 자본이득세는 캐나다,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자본유입 효과와 과세당국의 행정부담 감소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단 분석이다. 

다만, 자본이득세를 전면 도입하려면 세법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 이는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기에 기업 승계 주식에 대해서만이라도 자본이득세를 확실하게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식 상속에 대해서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건 사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고 주주평등원칙 위반이지만 특례법으로는 가능하다”며 “일반 매매가 아닌 상속세는 취득원가가 문제가 되는데 취득원가를 제로로 하고 그 주식을 매도시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취득원가를 제로로 한다는 것은 상속세 폐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입법 시 ‘상속재산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업승계용으로 신고한 주식(또는 지분)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 다만, 그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폐업 또는 청산하거나 상속인 외의 자에게 처분한 때에 과세한다’는 방식으로 자본이득세 도입이 가능하단 설명이다.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무사는 “기업을 계속 운용하려는 기업가와 상속재산을 모두 정리하려는 상속인을 같은 범주에서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기업을 운용하는 기업가 정신 자체의 사회적 순기능을 감안할 때 기업 운용을 마칠 때까지 과세를 이연하는 자본이득세가 사회적으로 좀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상속제도를 확대 개편해 사회 전반의 수준을 개선하는 사회협력 체제로 나가는 방향으로 상속세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업존속을 위한 상속세제 개편 세미나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업존속을 위한 상속세제 개편 세미나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기업 관련 상속세제 개편이 시급하단 지적이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대주주의 최대 관심은 상속세인 반면 소액주주의 관심은 주가”라며 “대주주는 50~60%에 달하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상속시 상속세를 주식 매각때까지 이연하면 기업가들의 편법과 모순적 행위들의 원인이 제거돼 기업 경영의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며 “대주주의 이익과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기업 존속을 위해 상속세제를 자본이득세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단 의향을 밝혔다. 최영전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세계에서 굉장히 높은데도 공제 한도는 낮은 수준이라 여러 문제들이 제기된다. 자본이득세 관련 내용은 향후 정책 마련시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최 의원은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 때문에 일부러 주가를 낮게 만들려는 노력이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마음껏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며 “부자감세란 정치적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적이고 합리적 상속세제 재셜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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