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베인앤드컴퍼니, 재계 3·4세 첫 커리어 단골 코스로 자리매김···“인맥 넓히며 경영수업”
객관적 시각에서 기업 분석·컨설팅 회사도 미래 고객사 확보 ‘윈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총수 일가의 후계자 사관학교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가 자리를 잡았다. 최근 재계 3·4세들은 세계 최대·최고 컨설팅 기업에서 인맥 및 네트워크를 넓히는 등 다양한 경험치를 쌓은 다음 경영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너 일가 면면을 살펴보면 유독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베인앤드컴퍼니 출신들이 많다. 이들 회사와 맥킨지는 컨설팅 기업의 ‘빅3’로 꼽힌다.

BCG 출신 중 현재 가장 활발한 경영활동에 나서고 있는 인물은 정기선 HD현대 사장이다. 그는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가 같은해 8월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2011년 BCG에 입사해 2년간 근무한 후 현대중공업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아들인 최인근 SK E&S 사원도 BCG 경력이 있다. 그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후 BCG에서 인턴십 과정을 밟았다.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도 BCG 출신이다. 조 부회장은 미국 웰슬리대를 졸업한 후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이어 BCG에서 4년간 근무했고 2014년 한솔케미칼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베인앤드컴퍼니 출신도 다수다. 조현상 효성 부회장은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해 컨설턴트로 1주일에 100시간씩 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경험이 효성을 이끄는 든든한 주춧돌이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인근 SK E&S 사원의 누나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책임매니저도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이다. 최윤정 매니저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석유화학과 IT 등 SK의 주력사업과 관련된 팀에 소속돼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 럭셔리브랜드 담당도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이다. 그는 미국 아이비리그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 후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아모레퍼시픽에 뷰티사업장 생산관리직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처럼 글로벌 컨설팅 회사는 총수 자녀들의 첫 직장으로 인기가 높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들 회사에서 근무하며 세계적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고, 기업 고위 임원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도 유리하다.

또 해외 기업 특성상 국내 기업집단과 달리 수평적 조직문화가 형성돼 있고, 출신 배경 등을 크게 따지지 않아 후계자들이 선호하기도 한다. 컨설팅 회사 입장에선 기업을 이끌 예비 후계자를 입사시키면, 미래 고객사로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후계자와 컨설팅 기업 모두 ‘윈윈’하는 셈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가 기업에 입사해 경력·능력이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붙지 않는 것도 컨설팅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신입사원의 나이에 상대적으로 높은 직책을 맡아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부족한 실무경험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회사를 분석 받기 위해 컨설팅 기업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컨설팅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예비 총수들도 제3자의 시선으로 기업을 바라볼 수 있으며, 다양한 산업군을 경험한 만큼 보다 폭넓은 지식수준에서 경영활동에 나설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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