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홍지호·안용찬 前대표들 2심서 금고 5년 구형
위해 가능성 알고도 제조·판매해 인명피해 낸 혐의
“폐질환 일으킬 수 있다”…檢 연구보고서 추가 제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 사진=연합뉴스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유통한 SK케미칼과 애경의 전직 대표들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금고형을 구형했다.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제품으로 2000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나왔으나, 1심은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의 유해성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제품의 주요 성분이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보고서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관건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 부장판사)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각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두 기업의 직원들에게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각 금고 3~5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교도소 내에 구치해 신체의 자유를 발탁하면서도, 징역과 달리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 형벌이다.

검찰은 “결함이 있는 물건의 제조,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얻은 기업과 임원의 부주의에 의해 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면 막중한 법적 책임이 인정된다”라며 “피고인들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소비자를 기만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제품에 노출된 영유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고, 부모들로 하여금 평생 죄책감에 살아가게 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는 2002~2011년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홈크리닉가습기메이트’ 등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02년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때 대표이사를 지냈다. 안 전 대표는 CMIT/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을 알고도 이를 적용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1995~2017년 애경산업 대표를 지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망자는 총 1827명이다. 피해조사를 신청·접수한 인원은 7870명에 달한다.

2002~2011년 제조·판매된 ‘홈크리닉가습기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양이온 살균제, PHMG)를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의 경우,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2018년 징역 6년이 확정된 바 있다. ‘옥시싹싹 뉴가습당번’(옥시RB/한빛화학) 제품 피해자는 4324명이며 이 사건 ‘홈크리닉가습기메이트’(애경산업/SK케미칼) 피해자는 1464명, ‘이마트 가습기살균제’(이마트/애경산업) 피해자는 401명,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애경산업) 피해자는 2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1심은 PHMG와 달리 CMIT·MIT에선 독성 물질의 유해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동물 시험에서 비강 및 후두 등 염증은 확인됐으나 천식이나 폐질환까지 일으켰다는 시험 결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이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제품 사용과 피해자 상해·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전제의 공소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CMIT·MIT 물질이 폐에 도달해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보고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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