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애경·이마트 관계자 과실치사 혐의 2심 선고 앞 둬
피해자 측 “피해 명백한데···사회적·도의적 책임 저버리는 태도”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 사진=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 회사가 피해자 측 인사에게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될 경우 피해자 치료에 쓰이는 피해구제분담금(분담금)을 더 이상 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가시적 피해가 확인된 상황에서 법률적 판단에 따라 사회적·도의적 책임을 저버리겠다는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가해 기업 A사의 담당자는 가습기살균제 기업책임 배보상 추진회 송기진 대표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 재판 결과에 따라서 저희가 입장을 다시 정하는 분위기다’고 말한 것으로 15일 파악됐다. 이 담당자의 발언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 아닌 ‘사법적 책임’과 엮어 분담금 납부를 비롯한 피해 회복 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분담금이란 지난 2017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 병원비와 생활수당, 간병비 등 최우선 소요 비용 지원을 위해 관련 기업 18곳이 책임 비율에 따라 납부한 1250억 원을 의미한다. 이 특별법은 관련 기업들의 사법적인 책임과는 별도로 신속한 피해자 지원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제정됐다. 환경부는 분담금이 소진되자 지난 2월 23개 사업자에게 같은 금액을 재부과 했다.

분담금 납부를 거부하는 가해 기업들의 전향적 태도는 말뿐이 아니다. 실제 애경의 경우 지난 5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추가 분담금을 더 내지 못하겠다며 환경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옥시 역시 앞으로 분담금을 더 낼 수 없다고 당국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A사 관계자는 또 지난해 3월 민간기구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과 질환의 인과관계가 대법원에서 인정된 PHMG를 사용한 회사들과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CMIT/MIT를 사용한 자사의 분담금에 차이가 없어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별로 매출액 차이가 큰데 조정액이 합리성 없는 특별법 분담비율에 따라 배당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파악됐다.

송기진 대표는 “사법적으로 무죄가 나올 경우 참사의 책임을 면피하겠다는 태도는 기본적인 사회적·도의적 책임조차 저버리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CMIT/MIT 제품만을 사용한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도 CMIT/MIT와 질환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 부장판사)는 내년 1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선고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SK·애경·이마트 등 관계자의 형사사건 2심 판결을 앞두고 1만여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오는 23일 오전 11시 서울역 앞에서 탄원서 서면 캠페인도 진행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