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비대면진료 활성화, 합법화 필요성 제기
국회 다수의원 관련 법안 발의, 정부도 대안 제시
초진 제외·약배송 제한 등 진료 범위 축소 방향
광고·허가 등 플랫폼 부작용 방지 대책도 주의제
시범사업 타격 원격의료업계 어려움 가중 예상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진료의 편의성이 부각되며 합법화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법안 논의에 들어갔지만, 초진과 약배송이 빠지는 등 비대면진료 범위가 대폭 축소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허가, 광고 등 플랫폼 기업에 민감한 내용도 규제에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라 비대면진료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은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감염병예방법상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 이상일 경우 의료기관은 유무선이나 화상통신을 통해 외부 환자 진단 및 처방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근거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코로나 기간 비대면진료는 편의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용했고, 관련 산업도 급성장했다. 건강보험 청구 기준 2020년(2~12월) 142만건이던 비대면진료 건수는 2021년 319만건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3200만건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 6월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 단계로 하향되면서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는 사라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범사업은 초진 환자의 비대면진료, 약배송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등 팬데믹 시기에 비해 비대면진료 가능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석달간의 계도기간이 끝난 이달부터는 시범사업 지침 위반시 행정처분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현재 비대면진료가 법적근거가 없어 시범사업 수준으로는 제대로 된 정착이 어렵다고 본다. 이에 국회 설득을 통해 연내 입법을 이뤄내겠단 목표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최혜영·신현영 의원, 국민의힘 이종성·김성원 의원 등 다수 의원들이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급, 초재진 허용 및 진단·처방 가능 여부, 절차 등 세부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각 의원안과 시범사업 등을 토대로 정리한 비대면진료 관련 정부 대안을 국회에 제시했고,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 재진중심 등 정부안의 큰 틀은 시범사업 내용과 거의 비슷하나 처벌규정 등 추가된 내용도 일부 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비대면진료 법안은 현재 복지위에서 논의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만 3월과 4월, 6월, 8월 등 네차례 법안소위에 상정됐으나 위원들간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하며 통과가 불발됐다. 여야 의원 모두 비대면 진료를 어느정도 열어줘야 한단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세부 각론에서 이견을 보인다. 

복지위 국민의힘 간사실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다만, 야당과 협의가 잘 안돼 소위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실 관계자는 “일각에서 민주당이 비대면 진료를 반대한단 식의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플랫폼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이 많아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사인 초진 환자 확대, 약배송 허용 등은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나만의닥터가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중단하고 닥터나우 또한 서비스 축소와 사업전환을 검토하는 등 원격의료산업계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도 업계 주장에 힘을 싣는다. 

정부도 최근 시범사업 운영을 통해 초진 허용 범위와 재진 기준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비대면 진료 범위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복지부 측은 “현행 시범사업 모델에서는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초진 범위가 지나치게 좁고 비대면진료가 허용되는 재진의 기한인 30일 내 진료(만성질환 이외 질병)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복지위 내 논의 과정상 팬데믹 기간 시행했던 초진 환자의 비대면진료나 약배송 허용은 사실상 물건너간 분위기다. 복수의 복지위 관계자는 “현재 논의는 코로나 시기 진행했던 비대면진료 범위가 아닌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진은 시범사업 때처럼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고 약 배송 허용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단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초진의 경우 시범사업기간 원래 하지 않아야 함에도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확장이 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단 우려가 야당 쪽에서 나왔다”며 “우리도 초진 허용은 65세이상,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 시범사업 범위 정도로 하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비대면진료 스타트업에 민감한 사안도 정부안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복지위 관계자는 “플랫폼 허가에 있어 정부안은 수리를 요하는 신고제로 돼 있으나 위원회 내에선 현 제도가 미흡한 면이 있어 허가제로 해야 한단 의견이 있다”며 “플랫폼 광고를 둘러싼 부작용 문제도 우려시각이 있어 어떤식으로든 규제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 방향을 감안했을 때 현재 시범사업보다 비대면진료가 확대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여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진료 업계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대해 별로 말하고 싶지 않고, 정부 지침에 따라 운영하겠다”며 “근데 회사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야간 법안논의의 접점을 좀처럼 찾지 못하면서 일각에선 법안 처리가 미뤄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다만, 비대면진료 법안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가장 급한 이유는 시범사업의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 위반사항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처벌, 제재조치를 할 수 없다”며 “비대면진료로 인한 행정공백 우려를 감안할 때 시범사업이 지속되는 한 국회도 무작정 법안 처리를 미룰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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