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우려에 국회 법안 논의 탄력···여야 상임위 의견 접근, 입법 청신호
‘법따로 현실따로’ 우려에 후속조치 강조도···“교사 인식 높일 방안 고민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교사들의 잇단 극단적 선택으로 국회도 교권 보호를 위한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학생 수업방해, 학부모의 무분별한 민원에 교원이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야간 큰 이견이 없어 조만간 입법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후속 조치가 더욱 중요하단 진단을 내놓는다. 교권 강화를 위한 시설, 인력, 컨텐츠가 제대로 갖춰져야 교권이 무너진 현실을 바꿀 수 있단 조언이다.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단 조언도 제기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육현장을 중심으로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교육활동 침해 사례 대부분(92.4%)은 학생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침해유형은 학생·학부모에 의한 모욕과 명예 훼손이 절반 이상(56.0%)을 차지한다. 특히 학생이 교사를 상해·폭행한 건수는 2017년 116건에서 2021년 231건으로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현장에서 교사 권위가 무너지는 것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사회초년생 신입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이같은 우려에 불을 지폈다. 이후 군산초등학교 교사, 서울 신목초등학교 교사 등이 잇따라 생을 마감하고, 이달엔 교사들이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국회도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는 등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아동학대 신고시 무조건 직위해제 금지’···교권보호 4법 국회 통과 임박

교권 보호 필요성에 있어선 여야간 큰 이견이 없다. 다만, 교권 보호에 치우쳤을 때 학생 인권 침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단 게 국회 내 대체적 기류이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같은 관점에서 계류돼 있던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인 교원지위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육기본법 등 이른바 교권 4법 개정안들을 심사, 의결했다.

각 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교원지위법안은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 해제를 할 수 없도록 했다. 학교장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축소·은폐를 금지하고, 위반시 교육감이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 요구를 의무화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 유형에 공무집행방해죄·무고죄를 포함한 일반 형사범죄와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를 추가했다. 아동학대 신고로 조사나 수사가 진행되면 교육감은 반드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초·중등교육법안은 교원의 정당한 지도에 대한 존중 및 지원, 학교의 학생지도에 대한 학생 보호자의 적극 협력 등을 규정했다. 학생 보호자가 교직원이나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학교 민원은 교장이 책임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사의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아교육법안은 교원의 유아생활 지도권을 신설하고,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보호자의 교직원 및 다른 유아에 대한 인권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유치원의 유아지도에 대한 보호자의 적극 협력 등을 규정했다. 

교육기본법안은 부모 등 학생 보호자가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협조하고 존중할 의무를 규정했다. 

이들 법안은 여야 협의를 통해 도출된 내용으로 조만간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 된다. 다만,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단식 정국으로 인해 이달 중 입법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입법 후 재정·인력 등 후속조치 중요···“교사 존중 사회 분위기 조성 중요”

법안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교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후속 조치가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교원들은 문제행동 학생이 교권 침해와 수업방해 행위 할 때 가장 힘들어 한다. 수업방해, 교권침해를 하는 학생에 대해 교사가 할 수 있는건 부탁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교육현장에서 요구하는 부분이 교권 4법에 많이 반영됐지만,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기 위해선 신속한 후속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즉각적 제지, 행위 지속시 즉시 분리가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으나 즉시 분리를 하기 위해선 공간, 보호인력,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러한 뒷받침은 학칙이나 학교에만 맡겨선 안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교권 보호대책이 많이 발표됐지만, 중간에 흐지부지되고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 것은 행정적, 재정적, 인력적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교원 대상 아동학대 조사 수사 시 교육감 의견 제출 메뉴얼을 교육부가 빨리 만들어 제시해야 한단 조언도 제기된다. 김 본부장은 “법안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교육감 조사나 신고시 아동학대에 따른 메뉴얼, 어떻게 신고를 하고 어떤 방식으로 7일 이내에 경찰 수사 또는 조사기관 의견을 개진할지에 대한 메뉴얼을 빨리 만들어 지역교육청이나 시도교육청에 안내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법 따로 현실 따로인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여야 논의과정에서 제외된 학생의 교권침해 행위시 해당 내용을 학생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학생기록부에 교권 침해 부분을 모두 기록하잔 것은 아니다”며 “적어도 중대 교권사고, 즉 학급교체나 전학, 퇴학 정도 수준은 기록해야 한다. 이정도는 거의 선생님을 폭행하거나 성비위를 저지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학생기록부 내 교권 침해 내용 기재는 사회적 낙인, 향후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으로 이중처벌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준사법적 처벌인 소년 보호 송치는 소년원에 갔다 와도 학생부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단순 행정 처리인 교권 침해로 징계받은 것을 학생부에 넣어 이중처벌 불이익이나 낙인을 찍는다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냔 주장이다.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선 법적인 보완에 더해 교권 추락 원인을 제대로 짚어봐야 한단 분석이다. 정재준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은 “교권 추락의 원인은 법적인 미흡함에만 있는 건 아니다. 킬러 문항, 킬러 논술 등은 공교육 과정에 없는 내용을 출제하는 것이기에 학생들은 교사에 의존하지 않고 일타강사나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며 “선생님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아동학대법 때문에 교권이 추락한 것은 아니고, 교사를 바라보는 전반적 사회 인식이 약화됐기 때문이란 진단이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 존중, 무게감이 전반적으로 올라왔다는 걸 사람들이 인식해야 한다. 학생, 학부모, 일반인 등이 교사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줘야 교권 보호가 될 수 있단 것이다. 

정 소장은 “교육 정책 수립에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도 필요하다”며 “경찰청엔 경찰관이 있고, 국방부엔 군인이 있다. 그런데 교육청엔 교육공무원만 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민감한데 이건 교사들이 정치인들에게 휘둘려선 안된단 뜻이지 교사들이 교육청에 들어가 정책을 펼치는 데 가담하는 걸 배제한단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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