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NIP와 민간 합쳐 500만 도즈 공급···내달 거래처 영업 개시, 세포배양 방식 홍보 
GC녹십자, NIP 174만 도즈 부진 민간시장서 만회 추진···이달 중순 병의원 유통 시작
독감백신 접종자 증가 예상으로 가격변수 부상···업계 “두 제약사는 경쟁에서 가격 제외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여름독감 확산에 따라 인플루엔자 백신(독감백신) 민간시장이 예년에 비해 이른 시점에 개막했다. 3년 만에 시장에 복귀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최근 2년간 시장 1위를 기록한 GC녹십자 경쟁이 주목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년 가을부터 이듬해 초까지 진행되는 독감백신 접종은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시장과 민간시장으로 구분된다. 지난 6월 확정된 올해 NIP 시장 계약 업체는 6곳이다. 구체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242만 도즈, 21.6%) △사노피(200만 도즈, 17.8%) △한국백신(175만 도즈, 15.6%) △GC녹십자(174만 도즈, 15.5%) △일양약품(170만 도즈, 15.2%) △보령바이오파마(160만 도즈, 14.3%) 등이다. 

올해의 경우 연초부터 독감유행이 이어지고 있어 독감백신 민간시장 조기 개막이 예상돼왔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가 3년 만에 독감백신 시장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최근 2년간 시장 1위를 지켜왔던 GC녹십자와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예년에는 정부가 9월 하순 경부터 NIP 시장을 오픈하고 이에 맞춰 제약사들도 독감백신 민간시장을 개막했지만 올해는 독감유행이 기온에 관계 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 복귀 등 이슈가 적지 않아 업계 관심이 쏠리는 상태”라고 전했다.  

우선 국가출하승인을 획득한 SK바이오사이언스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는 ‘안동L하우스’에서 지난 23일 출하를 시작했다. SK는 다음 달부터 병의원에서 스카이셀플루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미 6월 NIP 시장에서 독감백신 242만 도즈를 계약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여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21 시즌 NIP 시장과 민간시장을 합쳐 910만 도즈를 공급했던 SK는 올 시즌 500만 도즈 공급을 강조한다. NIP 시장 계약분을 제외하면 민간시장에서는 독감백신 260만여 도즈를 공급하면 목표치를 달성하는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3년 전에 비해) 독감백신 공급 목표를 낮춘 것은 3년 만에 복귀하는 시장이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회사의 생산능력이나 영업전략 등을 감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독감백신 중 스카이셀플루가 유일한 세포배양 방식이란 점을 강조한다. 세포배양 방식은 동물 세포를 활용,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SK 관계자는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비교적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다”며 “유정란 방식 대비 생산 기간도 짧아 유사 시 신속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9월부터 기존 거래가 있던 병의원과 유통업체를 통해 납품하는 병의원을 대상으로 스카이셀플루 영업을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중심으로 과목에 관계 없이 거래처를 독감백신 접종 의료기관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3년 만에 독감백신 공급 재개와 NIP 시장 1위라는 점을 홍보할 계획”이라며 “백신 관련 포럼이나 세미나를 통해 스카이셀플루와 세포배양 방식을 의사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NIP 시장에서 4위 실적을 올린 GC녹십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태로 파악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3년 만의 복귀를 내세우며 500만 도즈 공급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에 GC녹십자도 독감백신 시장 진입을 서두른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7월 26일 독감백신 ‘지씨플루’가 국가출하승인을 획득한 데 이어 8월 중순 병의원 유통을 개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비해 2주 가량 빠르게 병의원 공급을 개시한 것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독감백신 국가출하승인이 빨랐기 때문에 민간시장 공급도 이른 시점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핵심은 GC녹십자의 NIP 시장 부진 여파가 그대로 민간시장에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설명하면 당시 174만 도즈 공급으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던 녹십자가 당초 계획했던 독감백신 물량을 민간시장에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시 GC녹십자는 NIP 시장에서 430만 도즈 공급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단순 수치상으로 봐도 목표치와 계약물량 차액인 260만여 도즈를 녹십자가 민간시장에 공급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NIP 시장 성적이 좋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민간시장에서 독감백신 260만여 도즈를 공급하면 목표치를 채우지만 GC녹십자는 차액인 260만여 도즈에 플러스 알파를 더한 목표치를 설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각 제약사 영업능력과 함께 최근 독감백신 가격도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독감 유행 지속으로 9월부터 독감백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백신 접종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며 “가격 변수가 독감백신 시장에서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독감백신은 병의원이 제약사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접종 비용을 병의원이 산정한다”며 “제약사 경쟁이 치열해지면 백신 공급가격이 영업 수단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NIP 시장에서 우열을 보였던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사 독감백신 민간시장에서 정면대결을 앞두고 있다. 민간시장 특성상 병의원 영업능력을 기반으로 한 두 제약사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 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독감 유행 장기화로 인해 독감백신 접종비용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두 제약사는 시장에서 건전하고 합리적인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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