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스카이조스터로 작년부터 시장 1위···가격과 접종 횟수 장점 강조
GC녹십자, 작년 말부터 싱그릭스 공동 영업···97% 예방율, 1Q 매출 60억원 넘어 
일부 병의원, 싱그릭스 접종비용 인하 추세···업계, 대상포진 시장 추이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올 가을부터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시장에서 혈전을 앞둔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말부터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가 영업과 유통을 담당하는 한국GSK의 ‘싱그릭스’는 높은 예방율 등 제품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지난해부터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가격경쟁력을 강조하며 1위 수성을 다짐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질병관리청의 ‘2023~2024 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지원 사업’에서 3년 만에 인플루엔자 백신 시장에 복귀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대 물량인 242만 도즈를 확보했다. 반면 GC녹십자 공급량은 174만 도즈로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올 10월 개시되는 민간 인플루엔자 백신 시장에서 양 제약사 혈전이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랜만에 복귀한 시장이어서 실적이 필요하고 GC녹십자의 경우 공공시장 부진을 만회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은 불가피하다”며 “녹십자는 당초 공공시장에 공급하려던 백신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민간 병의원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벌써부터 올 가을 이후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인플루엔자 백신 전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두 제약사는 현재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경쟁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7년 12월 출시한 ‘스카이조스터’로 지난해부터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1위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GC녹십자는 한국GSK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싱그릭스 영업과 유통을 광동제약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참고로 대상포진은 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50세 이상 성인에게서 발생하는데 65세 이상에서는 젊은 연령층에 비해 대상포진 발생률이 8~10배로 높아진다.   

우선 스카이조스터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산 백신이다. 편의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프리필드시린지(사전충전형 주사기) 형태로 출시돼 사용이 용이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시판 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스카이조스터 투여 후 중대한 이상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제품경쟁력을 강조했다. 경쟁 제품인 한국GSK 싱그릭스가 2회 접종인 반면 스카이조스터는 1회 접종하는 점을 역설했다. 싱그릭스에 비해 저렴한 접종비용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SK바사 관계자는 “병의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스카이조스터 접종비용은 10만원대 초반”이라고 말했다. 

도즈 수를 기준으로 한 실적을 보면 스카이조스터는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각각 4만4840도즈, 5만 8974도즈, 6만 3984도즈, 6만 4893도즈를 공급했다. 분기별 시장점유율도 51%, 52%, 56%, 57%로 성장하며 연평균 54%를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경쟁 제품에 비해 가격과 접종 횟수에서 유리한 장점을 활용하며 시장 1위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GC녹십자가 영업하는 싱그릭스 역시 제품경쟁력을 강조한다.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바이러스 백신인 싱그릭스는 살아있지 않은 항원에 GSK 면역증강제를 결합, 승인 받은 대상포진 백신이다. 대상포진 바이러스 단백질 성분인 당단백질E와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면역증강제 AS01B을 결합,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는 면역 반응을 보인다. 싱그릭스는 50세 이상 성인 1만 54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건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97.2% 예방 효과를 보였다. 한국GSK 관계자는 “싱그릭스가 접종 횟수와 가격에서 불리한 핸디캡을 갖고 있다”면서도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예방율 등 제품력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품력을 앞세운 한국GSK와 GC녹십자는 국내 200개 이상 종합병원과 7000여개 개원가에 싱그릭스를 랜딩시킨 상황으로 파악된다. 이에 싱그릭스는 올 1분기 6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도 같은 기간 90억원 넘는 매출을 달성했지만 싱그릭스가 지난해 12월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성장세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싱그릭스 접종비용이 낮아지고 있는 점이 파악돼 눈길을 끈다. 당초 싱그릭스는 병의원별 차이는 있지만 두 번 합쳐 접종비용이 50만원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접종비용을 낮추려는 추세가 파악돼 공급 도즈 수와 매출에 직간접 여파도 예상된다. 한국GSK 관계자는 “접종비용은 병의원에 책정을 맡긴 상황이어서 본사 차원에서 파악해 놓은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싱그릭스 출시 초기인 지난해 말과 올 초만 해도 병의원이 50만원대에서 6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접종비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는 접종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를 위해 일부 병의원이 40만원대로 접종비를 낮추며 환자를 배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몇몇 병의원이 싱그릭스 접종비용을 낮추려는 움직임은 주요 포인트”라며 “출시 초기 싱그릭스가 높은 접종비용 때문에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공급이 많았는데 병의원간 경쟁 등 사유로 접종비용이 저렴해지면 일선 병의원에서도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참고로 GC녹십자가 싱그릭스 영업에 적극적인 사유를 현재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과 연결시킨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GC녹십자의 미국 자회사 ‘큐레보’는 현재 미국에서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CRV-101’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기존 대상포진 백신 시장 기득권을 갖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다른 제약사 제품을 영업하는 GC녹십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 2분기 실적부터 스카이조스터를 싱그릭스가 역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하고 있어 실적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체별 자체 집계가 있지만 시장조사기관의 2분기 실적 집계가 다음달 중순 경에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플루엔자 백신 대전을 앞두고 두 제약사가 다소 민감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어느 품목 매출이 앞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GC녹십자는 현재 개발하는 대상포진 백신 개발이 성공한 후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행할 경쟁을 예행연습한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며 “녹십자의 백신 개발 과정도 체크할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