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기반 백신 연구·항암제 개발 등 활발···"잠재력 커"
화이자, 대상포진 백신 나서···모더나는 파이프라인 확장
일본, 정부가 적극 지원··· 다이이찌산쿄는 백신공장 건설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생활에 성큼 다가온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반 백신 기술이 그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항원을 코딩하는 유전자 포함 방식이란 특성 덕분에 치료뿐 아니라 예방용으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활용 가능성 등 잠재력에 힘입어 mRNA를 기반으로 한 백신 연구·항암제 개발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mRNA 큰 그림 그리기’에 나선 이유다. 

2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mRNA 기반 백신을 다양한 질병에 확대 적용하는 연구가 글로벌 빅파마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mRNA 기반 백신 개발에 성공한 글로벌 제약기업은 mRNA를 활용한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나서는 등 재빠르게 다음 단계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국 제약기업 화이자는 지난 10일 독일 바이오엔테크사와 최초의 mRNA 기반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상포진은 신경세포에 잠복해 있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스트레스 또는 면역억제로 인해 재활성화될 때 발생한다. 전 세계 50세 이상의 사람 중 약 95%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에 노출돼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있다. 대상포진은 현재 전 세계 수백만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과 중증도가 높아진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에 화이자의 항원 기술과 바이오엔테크의 mRNA 플랫폼 기술을 접목해 대상포진 백신을 개발 중이라는 게 사측 설명이다. 현재 대상포진용으로 승인된 백신이 이미 존재하기에, 이에 더해 mRNA 기술까지 활용해 높은 효능을 갖추었으며, 효율적으로 생산 가능한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mRN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대상포진 예방백신인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모더나 역시 mRNA 파이프라인 확장 계획을 내놨다. 모더나는 수두 대상포진(VZV)과 단순포진(HSV) 그리고 암 백신 등 3건의 새로운 백신 개발 프로그램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mRNA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선 것이다. 엔데믹에도 mRNA의 활용 가능성과 잠재력을 이용해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mRNA 백신 플랫폼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본도 나섰다.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는 mRNA 백신 공장을 건설한다. 일본 최초의 mRNA 코로나19 백신 공장으로, 오는 2024년까지 연간 2000만 도스의 생산 용량을 갖추는 게 목표다. 코로나뿐 아니라 다른 백신의 생산에도 사용할 계획이다. 계절성 독감 백신처럼 주기적으로 일정량이 필요한 백신 생산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오노기, 메이지 홀딩스, 케이엠 바이오로직스 등 다른 일본 기업도 mRNA 코로나 백신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특히 정부 주도의 지원과 육성책이 눈에 띈다. 다이이찌산쿄의 mRNA 코로나19 백신 공장은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2027년까지 추가 증설이 이뤄질 예정이다. 실제 해당 공장의 코로나19 백신 생산량 여부는 일본 정부의 지원 혹은 계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mRNA 코로나19 백신 컨소시엄.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mRNA 백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다. 우리나라에선 2021년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두 개의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mRNA 백신 개발 컨소시엄 두 가지는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컨소시엄(K-mRNA 컨소시엄)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인프라 활용 mRNA 바이오벤처 컨소시엄(mRNA 벤처 컨소시엄)이다. 

전자는 한미약품·GC녹십자·에스티팜 등 전통 제약사 중심으로 구성됐다. 에스티팜이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하고, 한미약품과 GC녹십자가 각각 원료와 완제를 생산하기로 했다. 벤처컨소시엄은 큐라티스·아이진·보령바이오파마 등이 함께한다. 큐라티스와 아이진이 각각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생산은 보령바이오파마가 담당할 예정이다. 

해당 컨소시엄은 각 기업이 중심이 되어 결성했다. 아이진 관계자는 “mRNA 벤처 컨소시엄의 경우 정부 지원이나 주도가 아닌 mRNA에 대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몇 개 기업이 모여서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사가 각각 임상을 진행하고, 나온 결과물을 가지고 향후에 연구개발 등에 협업하자는 목적으로 결성한 것”이라며 “mRNA 관련 플랫폼 구축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이 정부 지원책을 찾고, 수출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mRN A백신 개발, 플랫폼 구축 등이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책 부재가 아쉽다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mRNA 관련 플랫폼이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번 말했지만, 구체적인 지원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며 “개별 기업에 대한 임상 지원 등은 이뤄졌지만, 컨소시엄 차원 등 정부 주도의 거시적 계획과 지원책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mRNA 기술은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로,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책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인 mRNA를 가지고 산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기업이 혼자 마무리하기란 어렵다”라며 “롱텀 전략(장기전략)을 구사해야 기술이 지속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은 당장의 이익이 없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라며 “정부 주도의 연속성 있는 거시적인 지원책과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지원책이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아이진 관계자는 “단순히 코로나19를 위한 백신이 아니라, mRNA를 활용한 장기적 방향을 보고 이뤄지는 연구개발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라며 “향후 mRNA 고가 백신이 개량돼서 전 세계에서 경쟁을 펼칠 때, 국내에서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에서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국내 mRNA 기술은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업화 등 측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국내 기업은 후발 주자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의 개발 역시 초기 단계라는 평이다. 에스티팜이 개발 중인 ‘STP2104’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은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 종료일은 오는 9월이다. 아이진의 mRNA 백신 'EG-COVID'는 임상 1상과 2a상을 함께 진행 중으로, 올해 8월 종료 예정이다. 큐라티스가 진행 중인 ‘QTP104’의 임상 종료 기한은 미정이다. 

큐라티스 관계자는 “임상 1상 모집자를 완료, 투여까지 진행해 관찰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mRNA관련 백신 개발이 잠정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끝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지만, 기술적 한계와 자금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마지막 단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언급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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