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NIP에 3가 백신 적용···단가 하락으로 매출 감소
비급여 민간시장도 3가 대세···병의원 영업경쟁 치열
접종가도 논란 소지···“접종비에 세금 합쳐” vs “폭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조만간 정부의 국가필수예방접종(NIP)이 개시되는 등 본격적인 독감 시즌을 앞두고 백신 제약사들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4가 백신의 3가 백신 전환으로 NIP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간시장 경쟁도 치열해져 제약사들이 가격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2026년 4월까지 2025~2026절기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생후 6개월부터 13세 이하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은 이 기간 무료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올해 NIP 사업에 참여한 제약사는 조달청 입찰로 확정됐는데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보령바이오파마,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백신, 일양약품 등 6개 업체다.
올해 NIP 특징은 4가 백신에서 3가 백신으로 변경된 점이다. 쉽게 설명하면 4가 백신은 4종류 독감을 예방한다. 3가 백신은 3종류 독감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4가 백신에는 A형 변이 균주 2종(H1N1, H3N2)과 B형 변이 균주 2종(빅토리아, 야마가타)이 포함된다. 반면 3가 백신에는 이중 야마가타 바이러스 항원이 빠진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올 3월 WHO(세계보건기구)가 2020년 3월 이후 야마가타 계통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3가 백신 전환을 권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환에 따라 6개 업체는 전체 매출에서 손해 보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1도즈 당 국가와 업체들 계약 단가는 4가 백신을 기준으로 대부분 1만원 이상이었다. 반면 올해 낙찰 업체는 3가 백신 기준 단가가 9000원대에서 형성됐다. 구체적으로 6개 업체 중 가장 높은 1도즈 당 단가는 일양약품의 9660원이다. 가장 낮은 단가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9339원이다. 단가에는 유통비용이 포함돼 있다. 1도즈 당 단가는 과거에 비해 1000여원 차이나지만 최소 140만 도즈를 계약했기 때문에 매출 감소가 드러난다는 업계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저가격 입찰에 유통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익이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3가 백신 전환 움직임은 민간시장에서도 파악된다. WHO 권장으로 NIP에서 전환하는데 병의원 중심 독감백신 민간시장에서 이같은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업계 전언이다. 실제 올해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 본격 진입한 CSL시퀴러스코리아 등 극소수 다국적 제약사를 제외한 업체들은 3가 백신을 병의원에 공급할 예정으로 파악된다. 기존 ‘플루아드쿼드’에 이어 ‘플루셀박스’를 최근 출시한 CSL시퀴러스의 경우 삼진제약에 영업과 마케팅, 유통을 위탁한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2개 품목이 모두 4가 백신이어서 최근 흐름상 불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삼진제약은 기존 백신과 다르게 면역증강제를 포함한 품목이 플루아드쿼드이며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면역증강제 비포함 백신보다 독감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플루셀박스의 경우 세포유래 후보 바이러스를 사용한 세포배양 백신으로 계란변이를 원천 차단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NIP와 유사하게 민간시장 핵심도 가격이다. 독감백신 민간시장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다. 이에 제약사가 병의원에 공급하는 백신 가격은 천차만별로 파악된다. 독감백신을 구매한 병의원은 통상 3만 5000원에서 4만원 사이로 접종가를 받는 사례를 평균치로 볼 수 있다는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 독감 시즌은 4가 백신이 3가 백신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NIP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탈락한 업체들이 민간시장 영업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영업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제약사 공급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병의원이 받는 독감백신 접종가도 주목된다. 최근에는 제약사로부터 구매하는 가격의 두 배 가량 선에서 접종가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구매가에 접종비용, 세금 등을 합친 접종가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례는 다르지만 지난해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출시됐을 때처럼 비급여 가격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 주장으로 풀이된다.
반면 환자단체 의견은 의료계와 다르다. 독감백신 구매가의 두 배 비용을 받는다는 것은 폭리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구매가 두 배 수준의 접종가는 폭리인데 병의원에서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며 “(대리접종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폭리를 취하면서 의사가 접종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올해는 NIP와 민간시장의 3가 백신 전환으로 백신 제약사들 매출 감소가 예상되면서 병의원 대상 영업 경쟁이 예상된다. 매출 확보를 위한 제약사들 영업 결과와 독감백신 접종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