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7월 중순부터 자누비아 단독판매···작년부터 소폭 매출 하락, 원인은 약가인하
내달 1일부터 자누비아 제네릭 출시 가능···90여개 품목 허가, CSO도 참전 준비  
종근당, 오리지널 품목 장점 최대 활용···다양한 제형과 경제적 약가 강조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종근당이 지난달 한국MSD로부터 ‘자누비아’ 시리즈 판권을 접수 받아 현재 단독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당장 다음 달부터 자누비아 제네릭 제품을 출시하는 국내 제약사들과 경쟁을 벌일 태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이 지난 5월 MSD 본사와 체결한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 등 3개 제품의 국내 모든 권리를 도입하는 라이선스 계약이 지난달 15일부터 시행됐다. 지난 2016년부터 한국MSD와 자누비아를 공동판매해온 종근당이 공식적으로 7월 15일부터 단독판매로 전환한 것이다.

종근당도 지난달 중순 기존 한국MSD 활동을 인수 받아 자누비아를 단독판매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참고로 자누비아 시리즈는 ‘시타글립틴’ 성분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다. 국내 당뇨병 시장에서 DPP-4 억제 기전의 대표 약물이다. 연간 자누비아 시장은 지난해 기준 1600억원대로 추산된다.  

반면 종근당에게 자누비아 시리즈 단독판매가 무조건 호재가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종근당의 자누비아 매출은 2021년 1538억원에 비해 100억원 이상 하락한 1386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올 들어 자누비아 시리즈 매출은 감소세로 파악된다. 본지가 제약사들로부터 입수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자누비아 시리즈 원외처방액은 8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종근당은 지난해 3월과 올 4월 각각 단행된 약가인하가 자누비아 시리즈 처방액에 일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테넬리아와 가브스, 온글라이자 등 다른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 출시로 인한 간접 여파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하면 자누비아 시리즈 처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감소 요인은 약가인하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누비아 시리즈는 다음 달 1일부터 제네릭 출시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종근당에겐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독판매로 인한 체계 정비에 이어 9월부터 제네릭과 경쟁이 종근당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고 전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사이트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품목허가를 획득한 시타글립틴 성분 제네릭 갯수는 90여개로 집계된다. 보령과 광동제약, HK이노엔, CMG제약, 삼천당제약, 대원제약, 경동제약, 테라젠이텍스, 동화약품, 휴온스 등 다수 제약사가 출격한 상태다. 이들 제약사는 D데이를 오는 9월 1일로 잡고 제품 출시 준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도 자누비아 제네릭에 관심이 적지 않다”며 “9월 초 다른 제약사 제품 출시가 한꺼번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전작업 지시가 내려와 거래처를 분주하게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4월 포시가 제네릭 출시 때보다 더 관심이 집중되는 상태”라며 “상반기 포시가 제네릭 출시가 전반전을 치렀다면 하반기 자누비아 제네릭 출시는 후반전으로 비유되는 상황인데 영업사원들은 이미 거래처를 돌면서 전쟁을 시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개별 제약사로부터 영업을 수탁 받아 활동하는 CSO(영업대행사) 업계도 분위기는 유사하다. 제네릭을 생산하는 제약사가 영업을 위탁한 상황에서 CSO가 상대적으로 더 분주한 경우도 파악된다. CSO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부 업체만 제약사로부터 영업을 수탁 받았을 때에 비해 최근에는 CSO가 늘어 한 날 한 시 제네릭 출시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약사와 동일하게 CSO도 영업과 마케팅을 사전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CSO업체 대표는 “성격 급한 일부 제약사는 벌써부터 제품 브로셔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이달 말 경 대부분 제품 브로셔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며 다음 달 초부터 본격 영업을 위해 현재 시장조사를 하는 사례도 있고 구두로 거래처에서 사실상 영업을 시작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같은 제네릭 제약사 도전에 대해 종근당은 오리지널 품목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선 전 세계 판매 실적이 가장 많은 오리지널 자누비아 시리즈가 환자들로부터 신뢰 받는 당뇨병 치료제라는 포지셔닝을 강조한다는 구상이다. 가장 폭넓고 많은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라는 점도 의사들에게 적극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다양한 제형과 특허만료에 따른 약가 인하로 환자들에게 경제적 약가를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자누비아 시리즈는 시타글립틴 단일제 자누비아 외에도 메트포르민+시타글립틴 복합제 자누메트와 서방형 제제 자누메트XR 등으로 구성돼있다.  

결국 종근당이 MSD로부터 인수한 자누비아 시리즈 판권 효과는 다음 달부터 국내 제약사 제네릭 제품과 경쟁하면서 본격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영업력이 뛰어난 종근당과 제약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CSO간 전쟁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경쟁 결과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4월 포시가 제네릭 발매 이후부터 당뇨병 치료제 영업전이 과열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며 “하지만 그동안 자누비아 제네릭 출시를 준비해온 제약사들이 적지 않아 9월 이후 또 다른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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