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앞둔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들 불안감·상인들 매출 감소 ‘호소’
“3주 전부터 시장 찾는 손님 발길 끊겨”
“정치인들 시장 찾으면서 오히려 역효과”
국회는 정쟁만···정부, 원산지 단속 강화

1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 사진=박예영 인턴기자
1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 사진=박예영 인턴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박예영 인턴기자] “수조물 먹방 같은 퍼포먼스 말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 

지난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곳곳에 놓인 좌판엔 오징어, 고등어, 갈치 등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 깔렸지만 찾는 손님은 드물었다. 상인들은 장마철이긴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냉동수산물을 판매하는 조 모(68)씨는 “여야가 오염수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탓에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미리 키우고 있다. 가뜩이나 비수기라 장사가 힘든데 더 힘들어졌다”며 “정부가 일본에 방류하지 말라고 말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둘러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수산물로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들도 덩달아 타격을 입고 있다. 수산물 안전에 대한 투명한 설명보단 정쟁으로 공포감만 증폭시키면서 수산물을 꺼리는 분위기만 부추겼단 비판이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올여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배출하기로 하면서 이르면 다음달부터 방류가 현실화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이달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종합보고서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다고 결론 냈지만, 원전 오염수가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질 않는다. 

1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모습. / 사진=박예영 인턴기자
1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모습. / 사진=박예영 인턴기자

수도 서울의 간판 수산물 도매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14일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김 모(43)씨는 “문제가 없다는 발표가 나왔어도 실제로 오염수를 방류 한다면 당분간 수산물을 사먹는 건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이 모(25)씨는 “오염수에 대해 불안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염수를 두고 과도한 보도와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전파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곳곳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걱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근거 없는 허위 과장 정보, 국민 불안 야기 마라’, ‘정부는 수산인 보호 대책 마련하라’ 등 상인들의 목소리가 담긴 플랫카드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상인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킹크랩을 판매하는 김 모(60)는 “오늘처럼 중앙 통로가 텅 비어있을 때가 많다”며 한산한 중앙 통로를 가리켰다. 이어 그는 “3주 전부터는 손님들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어제는 오후 4시까지 2만8000원 밖에 팔지 못했다”며 “일본산이면 사지 않겠다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단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김 씨는 “오히려 정치인들이 시장에 방문하고 나서 계속 매체에 오르내리며 역효과를 일으켰다. 손님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하루 빨리 해결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활어를 판매하는 50대 상인은 “오염수가 실제로 방류된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수산물 업계가 죽을 것”이라며 “방류된 오염수는 돌이킬 수 없는 장기적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만 한다. 정부 차원의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야당과 국민들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시장 한켠에 ‘정부와 수협은 안전성이 검증된 수산물만 공급하겠다’는 현수막이 내걸렸지만, 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상인들에겐 공허한 구호일 뿐이었다. 

1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 /사진=박예영 인턴기자
1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내에 플랫카드가 걸려있다 . /사진=박예영 인턴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수산업계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정치권은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여당은 IAEA 보고서를 근거로 야당이 괴담과 선동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하고, 야당 또한 단식 투쟁과 규탄대회로 맞받고 있다. 최근엔 국민투표나 공론조사, 여론조사 필요성을 놓고 의견이 엇가린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합리적 대책을 고민하기 보다는 정치적 메시지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수산물 안전을 위해 원산지 단속을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방류시점을 전후해 100일 가량은 두세차례 전수점검을 강하게 진행한단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지난해 방사는 검사 목표치가 4000건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두 배 많은 8000건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궁금하거나 우려되는 수산물 품목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온라인 신청게시판을 통해 신청하면 시료를 직접 채취해 방사능검사를 하고 해당 신청 국민께 결과를 알리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산 수산물 이력 확인을 위한 제도 보완도 추진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간 지방자치단체가 유통 이력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이 부분을 열어줘서 지자체도 자기 지역에 들어오는 수입 수산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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