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선정
최초 F&B 유니콘 기업될지 관심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동참하며 유명세를 탄 ‘고피자’가 국내 첫 식음료(F&B)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꿈꾸고 있다. 로봇이 굽는 1인용 피자로 주목받은 고피자는 투자 혹한기에도 투자금을 유치했다. 고피자는 맥도날드 같은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F&B 분야에서는 유니콘이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은 만큼, 고피자가 최초 F&B 유니콘 기업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12일 기자는 고피자 광화문 글로벌 본사에서 임재원 대표를 만났다. 지난 2017년 시사저널e [쓰다, 창업기]로 첫 언론 인터뷰를 했던 임 대표는 “지난 4~5년간 고피자는 첫 시작과 피자의 모양만 비슷하지 모든 면에서 달라졌고, 무엇보다 맛있어졌다”며 “아이폰1과 아이폰14가 다르듯 고피자도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의 이력 및 고피자 개요. / 자료=고피자, 표=김은실 디자이너
임재원 고피자 대표의 이력 및 고피자 개요. / 자료=고피자, 표=김은실 디자이너

고피자는 2016년 푸드트럭으로 시작했다. 임 대표는 “맥도날드를 원래 좋아해서 ‘맥도날드 같은 피자가 없을까’라고 생각하던 중 고피자를 창업하게 됐고 피자를 빠르고, 저렴하고, 편리하게 먹기 위해 연구하다 보니 푸드테크까지 접목하게 됐다”며 “한마디로 맥도날드처럼 소비자들이 자주 찾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다가 만든 브랜드가 ‘고피자’다”고 설명했다.

푸드테크를 기반으로 한 고피자는 자동으로 피자를 구워주는 ‘고븐(GOVEN)’, 피자 반죽을 만드는 ‘파베이크 도우’, 직원이 토핑만 올리면 피자를 굽고, 커팅하는 로보틱스 기술이 결합된 ‘GOBOT STATION’ 등 자체 기술력으로 피자를 만들고 있다. 이후 고피자는 ‘고비스(GOVIS)’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 분석 및 예측 등으로 기술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고피자는 기존 프랜차이즈 피자와 크기, 모양,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차별점이 있다. 고피자는 기존 피자 대비 크기가 작고, 타원형이며 1만원 미만으로 저렴하다. 임 대표는 “피자를 작고 빠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만드는 방식을 다 바꿔야한다”며 “로봇은 인건비 절감은 물론, 고피자를 제공하기 위해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고피자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The Pizza everywhere company.’ 고피자는 푸드테크를 활용해서 글로벌하게 성장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곳에 어디든 매장을 내는 새로운 형태의 회사다.

메뉴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나

고피자는 젊은 브랜드다. 어리고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키워드로 개발한다. 이미 피자업계에는 고정된 맛들이 있다. 피자를 하나의 콘텐츠로 젊은 소비자들이 재미를 느끼도록 방향성을 설정하고 메뉴를 개발한다. 예전에 웹툰작가 이말년, 기안84와 했던 말년킹 피자나 뼈해장국피자, 그리고 최근에 선보인 스팸피자, 스팸김치볶음밥 피자가 대표적인 예시다.

요새는 외식업계 전반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서 식재료 하나로는 고객 반응을 이끌기 어렵다. 피자와 어울리면서도 생각하지 못한 조합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런데 해외는 또 다르다. 해외에서는 도전적이지 않다. 해외에서는 아보카도와 같은 식재료 하나도 새롭게 느껴해서 한류를 활용한 K피자를 선보이려고 한다. 예를 들면 K치킨 피자, K불고기 피자 등이다.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칠리크랩 피자, 탄두리 치킨 피자 등 그 나라에 맞는 메뉴를 선보이려고 한다.

고피자 광화문 글로벌 본사 매장에 있는 고피자 메뉴판. / 사진=한다원 기자
고피자 광화문 글로벌 본사 매장에 있는 고피자 메뉴판. / 사진=한다원 기자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즐겨 먹는 페퍼로니 피자. / 사진=한다원 기자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즐겨 먹는 페퍼로니 피자. / 사진=한다원 기자

국가별로 선호하는 메뉴가 다른지?

피자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피자를 자주 먹고 좋아한다. 피자를 자주 먹는 사람들은 보통 오리지널을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페퍼로니 피자, 싱가포르는 하와이안 피자, 인도는 채식주의여서 베지테리안 콤비네이션 피자가 잘 팔린다. 개인적으로는 페퍼로니 피자가 좋다. 지금도 맥도날드를 매주 한 번씩 가는데 한평생 ‘더블치즈버거’만 주문했다. 고피자에서도 페퍼로니 피자만 먹는다.

다만 고피자에서 애착이 있는 피자는 ‘마약옥수수피자’다. 고피자 내부에서 마약옥수수피자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개인적으로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옥수수를 활용한 피자에 대한 의문이 있어서다. 예상외로 마약옥수수피자가 고피자에서 인기다. (웃음) 그 이후로 피자 개발에 있어서 되도록 말을 아끼고 있다.

고피자를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지금까지 생존 자체가 어려웠다. 그중에서도 고객이 가장 어렵다. 고피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피자와 모양도 가격도 다 다르게 했다. 고피자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가 많았어서 고피자를 알리는 것이 어려웠다. 지금도 고피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익숙하게, 빠르게 침투할지, 주류가 되는 법을 고민하고 있다.

고피자는 배달보다 매장에서 먹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서브웨이 등도 배달은 하지만 소비자들은 매장이 더 익숙하다. 그래서 고피자도 빠르고 저렴하게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 고피자는 다른 프랜차이즈들과 달리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더 높다.

고피자의 ‘고비스’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개인적으로 아이언맨을 좋아한다. 아이언맨에는 자비스(J.A.R.V.IS)가 나온다. 아이언맨이 헬멧을 쓰면 자비스가 다 알아서 해준다. 저희가 생각하는 고피자 미래는 고비스가 매장 운영에 있어서 모든 것을 운영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은 고비스가 AI스마트토핑테이블이라는 것, 피자에 토핑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추적해서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비스로 운영자는 매장별 매출은 물론 현재 어느 매장에서 어떤 피자를 만들고 있는지, 피자가 몇 개 팔리고 얼마나 정확하게 나가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고비스는 매장 온도, 습도 등 컨디션과 직원이 피자를 만드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되는지 등까지 파악한다. 고비스는 이같은 가이드를 제공하면서 운영주가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주목받았다

미국에서 윤 대통령과 사진 찍은 것부터 준비된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만찬에는 다섯 개의 원형 테이블이 있었는데, 제가 있었던 테이블에는 주한미국대사, 김은혜 홍보수석,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계셨다. 테이블에서 제가 고피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대화 주제가 피자로 흘러갔고, 20여분이나 피자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1분정도 고피자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가 생겼고, 이후 대통령실 주재 총수 만찬에도 참여하게 됐다.

고피자 광화문 글로벌 본사에서 만난 임재원 대표. / 사진=한다원 기자
고피자 광화문 글로벌 본사에서 만난 임재원 대표. / 사진=한다원 기자

글로벌 투자사 러브콜도 많았는데 글로벌 진출은?

현재 고피자는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그리고 이번에 일본까지 진출했다. 한국까지 총 6개국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고피자 해외 매장은 현재 55개, 이달 말 60개까지 늘어난다. 연내 매장수는 무난하게 100개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고피자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했다. 올해도 추가적으로 진출 예정인 국가들이 있다.

고피자는 동남아시아부터 북미 등 순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고피자는 동남아가 인구통계학적으로 봤을 때 미래라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내 인구는 역피라미드 형태지만, 동남아는 어린 아이들이 많다. 동남아는 피자로 경쟁할 곳이 많지 않고, 한국 브랜드라는 프리미엄이 있다. 또 동남아 젊은층은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면서 서구화돼있어 피자를 많이 먹는다. 고피자는 값도 싸고 한국에서 왔고 하다보니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 혹한기에도 시리즈C까지 성공했는데

고피자는 지난 2018년 10억원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시리즈A 투자(40억원), 2020년 시리즈A+ 투자(16억원) 등을 이끌어냈다. 또 지난 2021년에는 11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 시리즈C 투자(250억원)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고피자 누적투자액만 400억원이 넘고, 캡스톤파트너스·빅베이슨캐피탈·DS자산운용·미래에셋증권·CJ인베스트먼트·GS벤처스 등 주요 벤처캐피털이 투자사로 참여했다. 또 올해 고피자는 중기부가 선정한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지원 대상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고피자는 지금까지 투자를 해왔다. 스타트업이다보니 2018년 첫 투자를 받고 나서 4년 동안 계속 도우공장이나 기계공장, 해외지사 설립 등에 투자를 해왔다. 지금 한국에는 도우와 기계를 만드는 공장이 있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에도 도우공장이 있다. 지금까지 투자해온 것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흑자 전환을 위한 사업 전략을 펼 예정이다. 고피자를 위한 큰 투자는 대부분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투자를 통해 저희만의 도우나 기계, 로봇, 인공지능 등을 구축하고 만들었으니 피자를 잘 팔아야한다. 올해는 국내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은 어떻게 사용할건지

시리즈C 투자금이 있고, 예비유니콘부터 방미 경제사절단 이후에도 투자금 유치한게 있다. 고피자는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게 총알이 장전돼 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동안 경영을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임직원들도 뿌듯해하고 있다.

지금 고피자는 이 금액을 잘 사용해서 격차를 벌리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격차는 해외 매장수와 기술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대부분의 투자금은 해외매장 출점에 공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고, 보유하고 있는 공장에 추가적으로 자동화 또는 푸드테크를 고도화하는데 투자할 것이다.

고피자 광화문 글로벌 본사에는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로봇팔이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고피자 광화문 글로벌 본사에는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로봇팔이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고피자의 라이벌은?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지

고피자와 똑같은 사업을 하는 곳은 없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서브웨이 같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가 되기보다는 고피자가 그들과 가까운 레벨이 되길 바라고, 그 레벨에 도달했을 때는 고피자가 QSR(퀵서비스 레스토랑) 대열에 오르길 바란다. 현재 QSR에는 편의상 피자가 분류될 때도 있지만, 통상 피자는 퀵서비스에 속하지 않아서 QSR에 포함되지 않는다. 맥도날드, KFC 등이 QSR에 분류된다. 고피자가 피자로서 QSR에 들어가고 싶다.

또 소비자들에게 인기많고, 좋은 브랜드들은 메뉴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고피자도 앞으로 메뉴를 단순화해야 하지 않을까 본다.

매장에 설치된 로봇팔 활용법은?

주방에서는 로봇팔을 사용하기 어렵다. 생산성 측면에서 로봇팔은 느리고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방 밖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로봇팔은 아이들과 잘맞다고 생각했다. 젊은 사람들이 즐겁게 피자 매장을 경험하게 하던 방안을 고민하던 중,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한 달만에 로봇팔로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지금은 본사에만 로봇팔이 있고, 앞으로 해외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비롯해 플래그십 매장들에 도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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