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블루메, 채팅형 소설 ‘채티’로 짧은 콘텐츠 제공
‘콘텐츠=블루오션’ 관점···AI 연계한 서비스 론칭 계획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두꺼운 책을 읽어야 지성인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다. MZ세대는 줄글보다 단문 위주의 글이 더 익숙하다. 종이로된 책보다도 전자책, 유튜브 쇼츠·틱톡처럼 갈수록 짧은 콘텐츠를 원하는 MZ세대들이 늘고 있다. 아이네블루메 채티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형식으로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주고 받는다.

아이네블루메는 작가들을 위한 ‘채티 스튜디오’라는 창작툴을 제공한다. 모바일 플랫폼 특성상 한 번에 긴 글을 써내지 않아도 된다. 아이네블루메는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로맨스·드라마·스릴러·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하루에도 수천 편씩 쏟아진다.

아이네블루메 채티 기업 개요. / 표=김은실 디자이너
아이네블루메 채티 기업 개요. / 표=김은실 디자이너

최재현 아이네블루메 대표는 15년 동안 네이버에서 부문장·기획본부장·미국법인장 등을 역임하며 초기 네이버 성장을 경험했다. 채티는 읽기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창작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한다. 지난 23일 오전 기자는 아이네블루메 사옥에서 최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채팅형 소설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은 이유는

채티는 누구나 창작 스토리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커뮤니티 성격을 띤다. 네이버(네이버웹툰)나 카카오(카카오페이지)는 프로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고 일반 소비자들이 작품을 유·무료로 열람한다. 콘텐츠가 유통에 포커스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채티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누구나 블로그나 유튜브처럼 참여 가능하다.

특히 채티는 소설 포맷이 채팅형이다. 대화체로 이뤄져서 아마추어 작가들이 창작에 진입하기가 용이하다. 아이네블루메는 시작부터 창작할 수 있는 창작 툴을 제공한다. 채티는 웹툰과 웹소설의 중간이다. 웹툰은 일주일에 한 편정도 업로드된다면 채티는 웹툰적인 요소를 가져가면서도 텍스트 기반이다. 오랜 창작의 물리적 과정이 필요로하지 않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쓸 수 있다.

아마추어 작가들의 글은 어떤가

채티에는 기성 작가들의 오리지널 작품이 800편정도 있다. 아마추어 작가 작품은 50만편 정도다. 양적으로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매일 3000편, 1만회가 업로드된다. 아이네블루메에서 분석했을 때 채티 유저들은 아마추어 작가 작품을 선호한다. 물론 기성 작가 작품이 우수할 수는 있다. 아마추어 작가 작품은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도 아마추어 작품을 소비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초기에 있었지만, 지금은 아마추어 작가 작품이 기성 작가보다 소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98(아마추어 작가)대 1정도다.

최재현 아이네블루메 대표가 시사저널e와 지난 23일 오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최재현 아이네블루메 대표가 시사저널e와 지난 23일 오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네이버에서의 경험이 채티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네이버는 어떤 곳과 경쟁해서 무언가를 뺏어온다기보다는 ‘새롭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는 회사다. IT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많은 곳에 블루오션이 생겼다. 네이버는 새로운 블루오션에서 새로운 것을 하려고 했는데 그 영향을 받았다. 보통 사람들이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이유는 블루오션이 어렵거나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다. 성장하는 분야에는 블루오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내려가는 시장에는 진입하기 싫었고 성장하는 시장이 어딘가 고민하던 중 창작 콘텐츠를 아이템으로 삼았다.

노래나 춤처럼 인간 본능에 가까운 능력이 창작하는 욕구라고 본다. 창작은 곧 성장성, 블루오션이라고 봤다. 공급자만 나타나면 수요는 견인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많은 이유도 개인을 만족시키는 콘텐츠가 부족해서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러 OTT 서비스를 가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창작 콘텐츠는 매력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

채팅형 콘텐츠 개발할 때 어떤 점을 중요시 하는지

과거에는 어려운 책을 읽으면 지성인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반대로 MZ세대는 어렵고 두꺼운 책을 싫어하는 것 같다. 다빈치코드처럼 두껍고 심오한 소설은 잘 팔리지 않는다. 식스센스는 대반전의 대표적인 영화다. 지루하지만 반전이 있다. 그런데 지금 식스센스가 상영됐다면 외면당했을 것이다. MZ세대는 재미없는 것보다도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한다.

웹툰이나 웹소설은 다음 회차를 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플릭스도 가장 재밌을 때 끊는다. 끊는 것을 잘하는 작가가 성공한다. 인터넷·종이 소설이 웹툰·웹소설과 다른 점이다. 지금은 짧은 것이 중요하다. 채티는 짧은 것에 집중하다보니 채팅형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화체로 소비할 때 장점은 말풍선으로 돼있어서 시각적으로 누가 말하고 있다는 것에 인지하기 쉽다.

MZ세대는 문학적 묘사보다도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를 아는 것에 조급함이 있다. MZ세대는 유튜브, 넷플릭스를 볼 때 고배속 또는 스킵하면서 빠르게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주어진 시간에 많은 것을 소비하고 싶어서다. 짧은 동영상 대표주자가 틱톡이라면, 소비 포맷은 채티가 있다.

아이네블루메 채티 소설 중 일부. / 사진=채티 앱 캡처
아이네블루메 채티 소설 중 일부. / 사진=채티 앱 캡처

채티 이용 연령층은 어떻게 되는지

네이버는 어른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10대가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채티는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같은 연령층이 소비한다. 20대 독자들도 있지만 70% 이상이 10대다. 그리고 여성 비율이 높다. 아마 중고등학생들에게 “채티 알아?”라고 질문하면 거의 다 알 것이다. 채티는 누적 다운로드만 600만건이고, 월 방문자도 40만명에 달한다.

채티 이용 연령층이 낮고 커뮤니티에 가깝다보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도 연결된다. 채티와 관련된 카톡 오픈채팅방만 1000개가 넘는다. 작가들이 개설한 것도 있고 팬들이 직접 연 것도 있다. 팬클럽 회장도 있고 커뮤니티를 넘어 팬덤도 생겨난다. 작가 또는 독자와 직접 소통해서 소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소비 연령층을 넓히는 것도 고민이 있을 듯

한국에서는 채티 10대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에 미국·캐나다·영국·인도 등 해외 영어권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외에서는 이용 연령층이 20대 초중반으로 한국보다는 조금 높다. 글로벌로 확장하면 더 높은 연령대를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채티 20대 유저들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들을 좀 더 확대할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

지금 채티는 학원물이 많다. 성인들이 채티를 이용하려고 할 때 개인화하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 콘텐츠 라인업을 성인 취향에 맞게 보강하는 것이 방법이다. 채티 플랫폼을 이용하려고 할 때 성인들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받도록 하는 개인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용 연령대에 맞는 콘텐츠 검열도 하고 있는지

반사회적이거나 성적인 콘텐츠는 거른다. 채티에는 주요 금칙어가 있다. 만약 채티와 맞지 않는 콘텐츠가 업로드되면 관리자에게 알림이 간다. 작가들은 경고를 받게된다. 가장 높은 제재는 계정 정지다. 10대 소비자들도 자발적으로 관리자에게 콘텐츠를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채티 외 새로 준비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채티가 커뮤니티, 카톡 오픈채팅방으로 양방향 소통을 하는 특징이 있다. 내부에서 지켜보다보니 채티 이용자들이 소설 캐릭터와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설에 과몰입해서 주인공에게 말거는 경우도 있다. 아이네블루메는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주인공과 대화하는 서비스를 정식 론칭할 계획이다. 캐릭터와 직접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채티에서 작품을 읽고 나면 주인공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일부 작품에서 한정적으로 테스트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9월에는 정식으로 론칭할 수 있을 것 같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견제되지 않는지

오히려 기회라고 본다. 챗GPT가 있기 때문에 아이네블루메도 채티 작품 주인공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할 수 있다. 앞서 주인공과 대화하는 서비스를 테스트했을 때 일부 소비자들은 작품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도 챗GPT같은 오픈소스를 잘 활용해 서비스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티는 무료 서비스다. 유료 전환 계획은?

작년에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유료화하는 것을 추진했다. 그전에는 오리지널 작품만 유료화했다.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유료로 전환하고 있는데 작가들의 수입도 점차 늘고 있다. 월 500만원 버는 어린 작가도 있다.

아이네블루메의 사업 모델은 어떻게 되는지

유료로 판매된 작품은 작가와 수익을 나눈다. 유료로 채팅하는 서비스가 있다.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거나 작가에게 후원하는 등 유료 비즈니스 모델들도 있다.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가 됐을 때 지적재산권 비즈니스도 수익원이다. 만약 자금이 들어온다면 개발비, 운영비 그리고 해외진출에 사용할 것 같다.

끝으로, 아이네블루메와 채티의 목표는

누구나 창작할 수 있고 누구나 소비할 수 있는 그런 창작 스토리의 저변 확대를 원한다. 창작에 대한 에너지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창작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대중들의 평가를 받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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