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최애, '서로를 잘 알지만 모르는' 모순적 관계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어느 날 자신의 최애(가장 애정하는 대상)에게서 다이렉트 메시지(DM)가 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심지어 팬의 개인적 계정에 최애의 메시지가 도착한다면? 혹시라도 최애의 계정이 해킹이라도 당한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피싱일까, 정말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 현실이라면? 나는 진짜, 대답을 해야하나?

이로 작가의 신작 소설 ‘뛰어들어 지켜 더 크게 안아’는 멀리서 응원하던 아이돌 X에게서 팬인 ‘내’가 DM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니 이거 무슨 팬픽 같은 이야기야”, 싶을지도 모르지만 DM 창에서 이뤄지는 그들의 사적 이야기는 어쩌면 덕질을 했었던 과거의 나, 그리고 하고 있는 우리, 그리고 우리가 한때 사랑했고, 사랑하고, 어쩌면 영원히 사랑할 최애들의 이야기로 투영된다.

이 소설은 소설 속 나와 최애가 사적인 공간이자 서로의 창에서 DM을 통해 대화하는 모습을 독자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그들은 각각의 공간에서 그들에 대한 탐색을 마친 상태다. 사실 팬은 최애를 아는 것이 당연(너무 알아서 문제이기도 하다)하지만 최애는 자신들의 그 수많은 팬들 중, 개개인의 팬을 알기가 쉽지 않다(사실 모른다는 말이 더 명확할 것이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의 공개된 많은 계정들을 볼 수도, 읽어낼 수도 있는 건 비단 나뿐만 아니라 최애도 가능한 일이다. 이 소설의 아이돌 X 또한 단순히 그저 수없이 많은 계정 중 하나에 눈길이 갔고, 그게 우연하게도 자신의 팬이었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많은 부분을 생략하지만, 팬과 최애의 관계는 그 위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우연히 눈길이 가 닿았고, 그 순간 벼락같이 마음이 뺏겨버리는 것이 바로 입덕이므로.

팬과 최애, 그 단어만으로 많은 것들이 설명되는 관계. 팬은 최애를 알지만 동시에 모른다. 알면서 모른다는 말은 모순적이지만 이 관계를 이 말처럼 잘 수사하는 것은 없다. 서로를 알지 못하고 애정 또한 일방향적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뛰어들고, 지키고, 더 크게 안아”내리는 관계가 바로 팬이란 존재다. 팬은 스스로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팬과 X는 성별도, 나이도 나오지 않고 서로 물리적인 만남도 갖지 않는다. 팬과 최애가 DM으로 나누는 대화는 덕질을 해본 사람이면 모두 다 공감하고, 덕질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공감 가능한 감정으로 충만하다. 그 감정은 결국 서로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순간들로 변화한다.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 할지라도, 한 번도 서로를 아는 상태에서 마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애에게 애정을 바라고 시작하는 덕질은 없다. 우리가 최애를 ‘별(star)’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소설의 ‘나’는 최애가 최애의 삶을 살길 바란다. 그것이 자신의 애정에 대한 최고의 보답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나’는 최애가 최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순간 다시 자신만의 관계인 팬으로 돌아간다. 아마도 이 소설의 ‘나’는 이 순간 최애를 좋아하는 모든 ‘나’이자 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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