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6년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유지 보수 입찰 담합 적발
선행 판결 거쳐 제한 기간 ‘2년→1년’ 감경···회사 2차 행정소송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쟁점···법원 공사 측 손 들어줘

충북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충북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유지 보수 ‘입찰 담합’으로 1년간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된 현대엘리베이터가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2차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2년에서 1년으로 입찰 제한 기간을 줄인 공사의 처분은 적법했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27일 현대엘리베이터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2019년 6월 현대엘리베이터가 ㈜삼중테크와 2015~2016년 서울, 대구, 광주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유지 보수 관련 6건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사와 투찰 가격을 합의하고 실제 4건의 입찰을 낙찰받았다며 제재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또 ㈜삼송 및 협력사였던 ㈜동진제어기술, ㈜동화, ㈜아트웨어에게 각각 형식적 입찰 참여 요청을 통해 2012~2014년 서울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관련 10건의 입찰에서 사전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공사는 2021년 4월1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31조 등에 따른 부당공동행위를 이유로 현대엘리베이터에 2023년 3월31일까지 ‘2년’ 동안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회사는 2년의 처분이 과도하다며 행정소송을 냈고,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법원은 제재 최장기간에 해당하는 2년은 회사에게 너무 가혹해 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봤다.

이 판결이 확정되자 공사는 지난해 12월25일 입찰 제한 기간을 2년에서 1년(357일)으로 감경하는 재처분을 했다. 선행 판결에서 승소한 현대엘리베이터는 1년의 제재 처분 역시 과도하다며 이번 2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감경된 공사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여부였다.

소송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경제적 목적이 아닌 안전사고 예방 목적에서 담합이 이뤄졌다며 이같은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발가능성이 없고 유사 또는 규모가 더 큰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1년의 제재 처분이 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사 측은 1년의 제재가 전혀 무겁지 않다고 반박했다. 공사 측 대리인은 변론 과정에서 “이 사건 담합은 한 건으로 종결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반복적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또 “최소한의 제재는 불가피하고 관련된 규정의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날 구체적인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었다는 점, 제재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가 쟁점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1년의 제재 처분이 과도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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