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대법원 파기환송 후 첫 조정기일
재판부 조정안에 양측 수용 여부 밝히게 돼
손해배상액·지연 이자·변호사 비용 등 포함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을 비롯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을 비롯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가가 정리해고에 맞서 장기 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조정기일이 1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재판부는 조정에 대한 쌍방의 의견을 듣고 추후 조정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서울고법 민사38-2부(부장판사 민지현 정영근 박순영)는 이날 오후 2시 대한민국이 전국금속노조 등 37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 파기환송심 1차 조정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양측에 조정 의사를 확인했다. 피고인 금속노조 측은 조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원고인 대한민국 측은 재판부의 조정안을 보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 측 대리인 서범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재판부가 낸 아이디어에 대해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나누는 정도의 자리였다”며 “원고 측은 ‘이 자리에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 재판부가 정해주면 가서 논의해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배상의 범위 외에도 확정된 배상액에 대한 지연 이자 부분, 변호사 비용까지 재판부가 종합적으로 조정안을 내게 될 것 같다”면서 “재판부의 조정안에 대해 저희 역시 수용할지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측은 또 조정 불성립 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가 모두 기각돼야 한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했다.

서 변호사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르면 헬기 손상에 대한 노조 측 배상책임은 없어졌고, 남은 것은 기중기의 휴업 손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책임 비율이다”면서 “(헬기 손상처럼) 기중기 손상은 정당방위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 부분 배상 청구 역시 기각돼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기중기 손상 행위는 헬기 손상보다 더 위험한 국가의 진압 과정에 대응한 정당방위라는 게 금속노조 측 입장이다. 대법원은 기중기 손상 관련 파기환송전 원심(2심)이 인정한 손해배상 비율(노동자 80%)이 현저히 불합리하다며 사건을 되돌려 보낸 상태다.

두 번째 조정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소송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지난 2009년 5월~8월 사측의 정리해고 발표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파업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헬기·기중기 훼손 등이 원인이 됐다.

2심은 파업 진압을 위해 경찰이 투입한 헬기·기중기 사용이 정당했다는 전제 아래, 금속노조 측에 11억2891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배상 지연에 따른 이자가 붙었고 대법원 판결 시점 배상액이 30억여원으로 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헬기 손상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 기중기 손상에 관한 손해배상액에 휴업손해액을 포함시키고 기중기 손상에 관한 책임을 80%나 인정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봤다. 다만 경찰 부상 관련 치료비, 차량·진압장비·휴대용 무선기 등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대법원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헬기와 기중기 관련 손해액은 11억1490만원으로 2심이 인정한 전체 손해액(11억2891만원)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사실상 정부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대부분 인용되지 않은 것이다.

이어진 파기환송심에서 대한민국은 헬기와 기중기 사용이 적법했다는 입장을, 금속노조 측은 정부의 헬기와 기중기 사용은 여러 안전 지침에 정면으로 위반되며 최소한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반박 입장을 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15일 쌍용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 역시 배상액(33억1140만원)을 줄이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당시 파업이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나 금속노조는 쌍용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쌍용차가 2009년 12월 파업복귀자들에게 지급한 18억8000만원까지 파업에 따른 손해로 보기 어렵다며 배상금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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