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정당방위 대법원 판단 있어”···19일 조정기일 지정
정부 ‘헬기·기중기 사용은 적법’ 주장 반복···금속노조 “경찰 안전지침 위배·과잉방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가가 정리해고에 맞서 장기 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조정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열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국가의 위법한 직무수행에 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었다며, 양측의 합의로 사건을 평화적이고 신속하게 종결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38-2부(부장판사 민지현 정영근 박순영)는 2일 대한민국이 전국금속노조 등 37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소송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지난 2009년 5월~8월 사측의 정리해고 발표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파업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헬기·기중기 훼손 등이 원인이 됐다.
2심은 파업 진압을 위해 경찰이 투입한 헬기·기중기 사용이 정당했다는 전제 아래, 금속노조 측에 11억2891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배상 지연에 따른 이자가 붙었고 대법원 판결 시점 배상액은 30억여원으로 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경찰의 과잉진압에 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날 재판부는 기제출된 서면 내용을 확인한 뒤 양측에 조정 가능성을 물었다.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이미 최종 결론이 내려졌고, 유사 사건이 조정으로 종결되는 사례가 있다”며 “강권하는 것은 아니나 (조정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사조정절차는 조정담당판사 또는 법원에 설치된 조정위원회가 분쟁당사자로부터 주장을 듣고 여러 사정을 참작해 조정안을 제시하고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함으로써 분쟁을 평화적이고, 간이·신속하게 해결하는 제도다.
금속노조 측 대리인은 “많은 국가소송이 강제조정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고 피고인 노동자들은 10년 넘게 트라우마 등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판결 이외에 방법으로 종결할 수 있는 방법을 깊이 고려해 달라”고 조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민국 측 대리인은 “당장 입장을 말씀드리는 어렵다”며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19일 조정기일을 지정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대한민국 측은 서면을 통해 헬기와 기중기 사용이 적법했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금속노조 측은 정부의 헬기와 기중기 사용은 여러 안전 지침에 정면으로 위반되며 최소한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반박 입장을 제출했다. 또 이번 손해배상 청구의 본질이 정리해고 노동자에 대한 국가폭력, 그리고 뒤이은 전략적 공세 소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 진상조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이 소 취하를 권고하고 국회 역시 2021년 이사건 소 취하 결의안을 통화시킨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피고 측 대리인 장석우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더라도 정부 측이 재상고를 제기하는 등 법적 절차가 계속될 수 있다”며 “정당방위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있는 상황에서 (조정절차는) 정부 측에 크게 부담이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