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헬기·기중기 수리비 청구 모두 불인정···“위법한 직무수행”
6월2일 파기환송심 첫 기일···파기 취지 따르면 청구 대부분 기각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가가 정리해고에 맞서 장기 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 기일이 지정됐다. 대법원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노조가 대한민국에 1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한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상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전국금속노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이 오는 6월2일 서울고법 민사38-2부에서 진행된다.
이 소송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지난 2009년 5월~8월 사측의 정리해고 발표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파업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헬기·기중기 훼손 등이 원인이 됐다.
항소심은 파업 진압을 위해 경찰이 투입한 헬기·기중기 사용이 정당했다는 전제 아래, 경찰의 일부 과실 등만 반영해 노조에게 11억2891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배상 지연에 따른 이자가 붙었고 대법원 판결 시점 배상액은 30억여원으로 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30일 대법원은 국가 권력이 헬기와 기중기를 위법한 방식으로 운용한 것에 대해 노동자들이 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불법적인 농성을 진압하는 방법 및 그 과정에서 어떤 경찰장비를 사용할 것인지는 경찰관이 재량의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 직무수행 중 특정한 경찰장비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관계 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그 직무수행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하고 그에 저항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생긴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관계 법령에 따르면 헬기를 지상에서 가깝게 비행해서는 안 되고 헬기로 최루액을 투척하는 행위 역시 정당화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기중기 사용이 통상적이지 않았고, 기중기 수리 기간 휴업으로 발생한 손해는 노동자들이 책임질 손해가 아니라고 봤다.
헬기와 기중기 관련 손해액은 11억1490만원으로 원심에서 인정한 전체 손해액(11억2891만원)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사실상 정부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대부분 인용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경찰 부상 관련 치료비, 차량·진압장비·휴대용 무선기 등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대법원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