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 규제로 글로벌 선사 친환경선 발주 이어져
HD한국조선해양, 친환경 연료 추진선 강점···LNG 재액화 설비 선봬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부문 강화···FLNG 모델 표준 디자인 도입·연구개발 센터 설립 등
한화오션, 그룹 내 방산 계열사와 시너지 통한 특수선 분야 차별화 전략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평균 30주년 주기로 찾아왔던 조선업계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미래 먹거리 시장을 놓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조선 3사는 선박의 ‘탄소 중립’을 요구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책에 맞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친환경 선박’으로 중국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각자만의 강점을 내세운 수주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조선 3사 차별화 전략.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친환경’ 기술 초격차 벌리는 K조선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직접 노르웨이 조선해양박람회 ‘노르시핑 2023’ 현장을 찾았다. 노르시핑은 주요 선사가 대부분 참가하는 세계 3대 조선해양 박람회로 꼽힌다.

정 사장과 HD한국조선해양의 최고경영진은 이번 박람회 참석을 통해 주요 선사들에게 HD한국조선해양의 친환경 기술을 선보였다. 친환경선 기술개발을 통해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이끄는 조선업계 호황기를 준비하겠다는 방안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도 가져왔다. HD현대그룹의 선박 서비스 계열사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박람회 기간 중 노르웨이 선사 쿨코가 운영하는 LNG운반선 5척에 증발가스(BOG) 발생을 억제하는 재액화 설비를 탑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재액화 설비는 증발한 LNG를 다시 액화해 화물창으로 돌려주거나 자연 기화를 막는 장치다. 전 세계적으로 LNG운반선은 약 100척으로 파악되는 만큼 앞으로 추가 수주 기대감도 나온다.

차세대 선박에 대한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영국 로이드선급, 라이베리아기국으로부터  LCO2·암모니아·LPG 등을 함께 운반할 수 있는 2만2000㎥급 다목적 가스 운반선에 대한 기본설계 인증(AIP)을 받았다. 삼성중공업도 노르시핑에 참여, LCO2 운반선에 대한 AIP를 획득했다.

긴 불황기를 겪은 국내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최근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친환경선 발주를 늘리고 있다. IMO에 따르면 모든 해운사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70% 줄여야 한다. 최근 글로벌 선복량 2위 업체 머스크는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컨테이너 선박 19척을 국내 조선사에 발주했다.

규제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어 향후 선박 수요는 친환경 선박으로 더욱 몰릴 전망이다. 업계는 오는 7월 개최되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 이전보다 높은 강도의 환경 규제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노후선 교체 발주 필요성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촘촘해진 환경 규제가 조선업계 초호황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이 자체 기술로 건조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인 'RUBY FPSO'.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자체 기술로 건조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인 'RUBY FPSO'. /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은 ‘해양플랜트’, 한화는 ‘방산 시너지’

조선업계는 그동안의 저가 수주 여파에서 벗어나 호조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지금이 경쟁자인 중국과 기술 ‘초격차’를 벌릴 기회로 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메탄올추진선 등 친환경 연료 선박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가운데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또한 각 사가 가진 장점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경쟁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세계 FLNG 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80%)을 보유한 만큼 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겠다는 방안이다. 최근 숙원 과제였던 FLNG 모델 표준 디자인을 도입한 만큼 반복건조 효과를 통해 높은 수익성도 기대된다.

연구개발(R&D) 역량도 키운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부산에 연구개발 센터(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센터 설립과 함께 해양플랜트 부문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해양플랜트 부문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방산’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데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와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특수선 분야에서 차별화 전략을 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시너지 효과를 통해 향후 캐나다·폴란드 등이 발주할 잠수함 도입 사업의 유력한 수주 후보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기존 방산 전문 계열사와의 시너지 즉, 최첨단 전투·무기체계 통합으로 기술개발 체계 고도화가 가능하다”면서 “또한 그룹사 간 빠른 의사소통 체계를 갖춰 장비와 선체를 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최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 3사는 차세대 선박 개발을 위해 추가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연구 분야에서 일할 신입·경력 직원을 모집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조선업 특화 기술인력 1000명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이날 한화오션은 연말까지 규모 제한 없이 경력직 상시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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