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액화 수소 운반선 기술 개발 박차
日 가와사키중공업, 세계 최초 액화 수소 운반선 실증 마쳐···"韓과 기술 격차 2~3년"
부족한 인프라는 숙제···"액화 수소 인수기지, 파이프라인 등 함께 개발 나서야"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탄소중립 시대 주요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의 해상 운반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이 한발 앞서 액화 수소 운반선 실증에 나선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선점을 위해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액화 수소 운반선 시장 선점 나선 K조선
1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선급협회(ABS)를 비롯한 14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6월부터 액화 수소 화물창을 개발한다. 세계 최대인 16만 제곱미터(㎥)급 액화 수소 화물창 개발을 통해 수소 전용운반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구비 일부는 유럽연합(EU)이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EU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1~2027년 역대 최대 예산인 약 955억유로(약 135조원)를 투입하는 ‘호라이즌 유럽’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HD한국조선해양 컨소시엄은 4년 동안 총 1000만유로(약 14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투자할 계획이다.
액화 수소 화물창은 영하 253도 초저온 상태로 액화된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설비다. 수소의 운송과 저장을 위해선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체로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소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액화 수소 운반선 시장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에 분주한 모습이다. LNG 화물창 기술은 프랑스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액화 수소 화물창 기술의 국제표준만큼은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국내 조선 3사는 LNG선 1척을 건조할 때마다 프랑스 GTT사에 100~200억원을 라이선스료로 낸다.
삼성중공업도 액화 수소 운반선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 2021년에는 조선업계 최초로 영국 선급 로이드사에서 멤브레인형 액화 수소 화물창과 16만㎥급 액화 수소 운반선 개념설계에 대한 기본 인증을 받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급 기본 인증을 통해 액화 수소 기술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받은 상태”라며 “미래 무 탄소 선박 기술 확보를 위해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실증 마친 日···전문가 “기술 격차 크지 않아”
기술력은 일본이 한발 앞선 상황이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지난 2021년 액화 수소 운반선 ‘스이소 프론티어’ 건조를 마치고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실증을 마쳤다. 이 선박은 갈탄에서 추출한 수소를 액화해 저장, 호주 헤이스팅스 항구에서 일본 고베항까지 실어나르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의 기술 격차가 아직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국 모두 대형 액화 수소 운반선 상용화 시점을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보고 있다. 액화 수소 상용화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기회삼아 국내 조선업계가 바짝 뒤쫓는 모습이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보다 기술력 측면에서 여전히 앞서간다고 볼 수 있지만, 기술 격차는 2~3년 정도로 크지 않다”며 “일본이 시험운항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액화수소를 수출입했다는 공식적 입장은 없는 상태”라고 했다.
다만 관련 인프라 구축은 일본이 한참 앞섰다는 평가다. 액화수소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수소를 운반하는 배가 쓰일 곳도 없어진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일본은 선박 뿐만 아니라 액화수소 인수기지, 파이프라인 등 이송 수단이 구축돼 있다”며 “현재 국내에는 액화수소 인수기지가 없다. 관련 시설을 어디에 지어야 할지 등 초기 논의도 진행된 게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