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주 목표 거의 채운 ‘HD한국조선해양과 대조적
해운업황 악화에 글로벌 발주 물량 감소···조선업황 악화 우려도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 多···"부진한 실적 일시적"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조선업계 2023년 수주 목표와 실적.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조선 ‘빅3’ 중 하나인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상반기에만 수주목표의 90%에 가까운 수주 잿팟을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일각에선 선박 공급 과잉 현상에 따른 발주 물량이 감소 추세로 돌아선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다만 하반기 발주가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다수 있어 이들의 수주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한다. 3년 치 일감을 쌓은 만큼 “하반기에도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게 양사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이날 기준 누적 수주 금액 143억9000만달러(약 18조 8178억원)을 달성하며 연간 수주 목표(157.4억달러)의 91.4%를 채웠다. 올해 상반기에만 106척의 선박을 수주하면서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보다 수주 목표치를 낮춰 잡은 영향도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를 전년 실적(274억5000만달러) 대비 약 34% 하향 조정했다. 다만 가스선 등 친환경 선박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목표 수주액을 훨씬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수주 목표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중공업은 연간 목표 수주량의 34%를, 한화오션은 15%를 달성했다. 수주 선박은 삼성중공업이 9척, 한화오션이 5척 등이다. 업계 특성상 하반기에 수주가 몰리는 특성이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이에 업황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표도 좋지 않다. 조선업계는 지난 2년간 수주 풍년으로 곳간을 가득 채웠지만, 지난해 4월 이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속 하락 중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76만CGT(95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전망은 해운업계 업황을 따라간다”며 “수익성 악화 우려로 선박의 인도 시기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선주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모습. / 사진=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모습. / 사진=현대중공업

다만 양사의 부진한 상반기 실적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온다. 카타르 LNG 프로젝트,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등 하반기에 큼지막한 계약 건이 몰려 있어서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작년과 재작년 수주가 많았기 때문에 더욱 보수적인 수주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화오션의 경우 한화그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수주 관련 검토가 늦어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조선 3사 모두 수주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조선업계 인력난에 따른 납기 지연 가능성이 추가 수주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인력 부족 현상에 따른) 생산 부담이 발생하는 건 사실이지만 납기 지연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30억달러 규모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대만 선사 에버그린은 삼성중공업과 1만6000TEU급 메탄올 이중 연료 컨테이너선 16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데 대해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최종 계약까지 체결된다면 삼성중공업은 사상 첫 메탄올 추진선 수주실적을 기록함과 동시에 연간 수주 목표의 60%를 달성하게 된다. 

한화그룹과 합병을 마무리한 한화오션은 본격적으로 일감을 확보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함정 부문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한 수상함 명가 재건에 나섰다. 수상함 2척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실내 탑재 공장을 건설하고 함정 전용 다목적 조립공장도 신축할 예정이다. 

특히 카타르에너지가 추가 발주하는 카타르 LNG 프로젝트 2차 발주를 통해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 3사는 지난해 1차 발주 물량 65척 가운데 54척을 수주한 바 있다. 2차 발주 물량은 총 40척이다. 양사는 이 프로젝트 수주만으로도 수주 목표치의 상당 부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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