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지방노동위에 쟁의조정신청···찬반투표 결과 따라 파업 진행
현대제철 노조,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 요구···사측 “이치에 맞지 않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조선 및 철강업계가 본격적인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에 돌입했지만 곳곳에서 ‘하투 (夏鬪)’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회사 측과 노동조합 모두 빠른 임단협 타결이란 전제에는 공감하지만 원하는 바가 달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이달 15일까지 총파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조선 및 철강 기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HD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 이미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제출한 바 있다. 오는 7~11일 파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끝나면 실시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노사는 올해 5월 1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12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과 ESG 경영위원회 참여 보장, 하청근로자 하계휴가 5일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수주실적이 경영성과로 아직 계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노조의 요구를 100%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곳간에는 3년치 일감이 쌓여있지만, 조선업계에선 일반적으로 수주물량이 실적으로 잡히는 데 2~3년이 소요된다. 선박 건조기간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무분규 타결로 9년 만에 파업 없는 협상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조합과 회사의 갈등이 커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빠른 임단협 타결로 오랜만에 찾아온 조선업 호황 및 열기가 파업으로 식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새 출발을 알린지 얼마 되지 않은 한화오션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와 회사 측의 제안에 차이가 있어 인수 첫해부터 파업 등의 불협화음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철강업계도 조선업계와 비슷하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더불어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매량 호조로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회사 측에 요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의 실적은 현대차와 크게 다르다. 증권사는 올해 2분기 현대제철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9070억원, 41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전년 대비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50.1% 줄어든 수준이다. 회사 측은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 현대차와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기아의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 우리가 크게 기여한 만큼 같은 수준의 기본급 인상안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지급 부분을 회사 측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13.1% 인상 등이 담긴 요구안으로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 피해와 함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악화된 실적, 불확실한 경영환경 등을 이유로 노조 요구안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처럼 포스코 역시 양 측의 입장이 갈리고 있어 빠른 협상 타결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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