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탄소 저감장치 설치, 노후선박 친환경선 전환 위한 수리·개조 수요 증가 전망
대형 선박 정박할 도크 부족·만성적인 인력 부족 시달려···정부 차원 대응 필요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해외 대형 선사들이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어 향후 친환경 선박 수리·개조 부문 사업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신조선 분야에선 밀려드는 주문으로 활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친환경 선박 수리·개조 분야 일감 대부분을 중국 등 해외 수리조선소에 맡기고 있어 해당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장하는 친환경 선박 수리·개조 시장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노후한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과 그리스는 함께 참여하는 이 사업에 정부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국비 총 4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양국의 참여기업은 기존 선박의 추진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기 위한 추진장치를 공동 개발한다. 그리스 참여기업이 자국 선박을 대상으로 개조수요를 발굴하고, 우리 기업은 개조설계 등 엔지니어링을 수행하기로 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노후선박의 친환경 선박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선박 수리·개조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IMO 규제안에 따라 황산화물(SOx)의 배출량 낮추기 위해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 설치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선박 가운데 20년 이상 노후선박이 48.9%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선박 수리·개조 시장도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또 2050년까지는 완전한 ‘탈탄소’ 규제가 예고돼 있어 친환경 연료추진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화석연료 추진 선박을 친환경 연료 추진선으로 개조하는 시장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가 낸 ‘글로벌 친환경 선박기자재 시장동향 및 해외시장 진출전략’ 보고서는 오는 2025년 LNG 연료 추진선 발주가 전 세계 선박 발주의 60.3%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수리·개조 시장에 뛰어든다면 뛰어난 친환경 설비 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리·개조산업은 신조선 산업과는 다른 선박 서비스 산업으로 친환경 선박 수리의 경우 일반적인 선박 수리시장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며 “업황에 크게 흔들리는 신조선 산업과 달리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통해 불황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수리를 위해 '삼강에스앤씨'에 입항한 선박. /사진=연합뉴스
수리를 위해 '삼강에스앤씨'에 입항한 선박. / 사진=연합뉴스

◇부족한 도크·인력 부족···골머리 앓는 업계 “장기적인 지원책 필요해”

다만 급성장하는 글로벌 선박 수리·개조 산업에 비해 한국은 성장세가 다소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전 세계 선박 수리·개조 시장 규모가 지난 2021년 약 900억달러(약 117조원)에서 2027년 약 1100억달러(약 143조원)로 연평균 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매년 선박 수리 물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인프라와 인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배를 정박할 수 있는 도크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2000년대 이후 중대형조선사들이 신조선 사업에 집중하면서 대형선박을 수리할 도크를 갖춘 수리조선소가 부족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결국 선박 수리·개조 산업 1위 자리는 중국이 차지했다. 현재 전 세계 대형 수리조선소의 약 절반가량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매출 규모로 따지면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중국 조선업과의 경쟁 환경 속에서 대형 선박수리 시설에 투자를 집중한 결과 선박수리부문에서 매년 20%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 수리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3만톤급 이상 선박을 수리할 도크가 없어 국내 대형 선박의 90% 이상이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수리를 받고 있다. 자동차운반선(PCTC)의 경우 100% 중국 수리조선소에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도 신조선 시장만큼 수리·개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했다. 

대부분 선박을 해외 수리조선소에 맡기면서 기술 유출 우려도 나온다. 선박 보증 기간에 해외에서 수리할 경우 설계도를 선주 측에 넘겨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친환경 선박 수리·개조 플랫폼 기반 구축 사업’ 등 수리·개조 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땜질식 처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수리 및 개조를 할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대형 수리조선소 구축도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덕도에 추진 중인 대형 선박 수리조선단지는 10년 이상 사업 타당성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선박 수리·개조 인력은 대다수가 숙련공이다. 잠깐 배워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전문인력 양성 등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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