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 30兆 순이익 거둔 5대 은행마저 줄이는 채용 규모
‘중고 신입’ 선호에···“신입은 어디서 경력 쌓나” 자조 섞인 농담도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본격적인 신입사원 채용 시즌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3월 서류전형과 4월 인·적성 검사 등을 통과한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5월부터 면접을 진행하곤 한다.

그러나 글로벌 불황 및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마다 선발하는 신입사원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경력 있는 신입’을 찾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진정한 의미의 ‘신입’이 나설 입지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채용 시장은 어느 때보다 암울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상반기 채용 규모를 줄인다.

코로나19 기간(2020~2022년) 3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2019년까지 매년 2000~30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지만,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인 1662명만 선발했다. 올해는 더 적은 인원을 뽑는다고 밝혔다.

큰 이익을 거둔 은행들도 규모를 줄이는 마당에 어려운 경영환경을 마주한 다른 산업군 기업들은 더욱 적은 숫자의 인원만 채용한다.

아울러 전경련 조사에 응답한 대기업 중 15.1%는 상반기에 신입사원을 아예 채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상반기(7.9%)와 비교해 2배나 많은 기업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기업들이 ‘중고 신입’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졸 신규입사자 5명 중 1명은 근무경력이 있음에도 신입사원으로 지원해 선발됐다.

기업이 현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선호함에 따라 신입직 채용에 경력자들이 대거 지원을 한 결과다.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나’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다.

신입사원 채용은 기업의 최소 3년 후 농사 및 수확을 준비하는 ‘밭고르기’나 마찬가지다. 신규 채용을 실시하지 않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기업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은 분명하지만, 인재 확보 차원에서 최소한의 채용은 실시해야 한다. 채용 역시 기업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 중 하나다.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신입사원 채용을 외면하는 기업에 미래가 없다는 점을 직시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라도 채용계획을 수립하고 선발 인원을 늘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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