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올해 상반기 '울산급 배치3' 두 척 발주···HD현대중공업vs대우조선해양 수주전 유력
공정위 한화그룹-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지연에···업계 "경영 활동 위축 우려"
대우조선해양, 올해 1분기 수주 실적 8억달러···전년 동기 대비 20% 미만

HD현대중공업이 10일 울산 본사에서 3600톤급 신형 호위함 1번함인 '충남함'의 진수식을 가졌다.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10일 울산 본사에서 3600톤급 신형 호위함 1번함인 '충남함'의 진수식을 가졌다. /사진=HD현대중공업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해군의 최신형 호위함 개발사업인 ‘울산급 배치3’(BATCH-Ⅲ)의 마지막 후속 모델 2척이 올 상반기 중에 발주 예정이다. 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가 이 사업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 기업결합 심사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경험 우위 선 HD현대중공업 vs 공정위 판단 기다리는 대우조선해양

10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울산급 배치3 두 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발주 규모는 8000억원 규모로 한 척 가격이 4000억원에 달한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은 3500톤(t)급 호위암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해군은 이 사업을 통해 노후화된 호위암과 초계함을 대체하고자 한다. ‘배치’(batch) 숫자가 클수록 최신 기종을 뜻한다. 차기 호위함은 기존 호위함보다 2배 가까이 크고 국산 탐지장치인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MFR) 장착을 통해 탐지·추적 능력이 크게 강화돼 ‘미니 이지스함’으로도 불린다. 

이번 발주로 해군의 신형 호위함 사업이 완성된다. 6척 가운데 4척은 현대중공업과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가 맡았다. 선도함(1번함)은 2020년 3월 현대중공업이, 2·3·4번함은 지난해 SK오션플랜트가 수주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울산급 배치 수주 캘린더.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업계는 이번 발주에서 방산 기술을 갖춘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유력한 수주처로 보고 있다. SK오션플랜트의 경우 이미 울산급 배치3 3척을 수주받아 추가 수주 여력이 없다는 평가다. ‘저가 수주’에 따른 납기 우려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선도함을 4000억원에 수주한 반면, SK오션플랜트는 2·3·4번함을 척당 3300~3500억원에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위함 건조 비용을 감안할 때 저가 수주에 따른 품질 저하 우려와 함께 원자잿값을 고려하면 납기일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까지 마치며 경험면에서 우위에 섰다. 이날 HD현대중공업은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선도함인 충남함 진수식을 열었다. 진수식은 배를 처음 물에 띄울 때 치르는 의식이다. 선박 건조가 성공적으로 완료됐음을 의미한다. 충남함은 시험평가 기간을 거쳐 내년 12월 해군에 인도된다.

대우조선해양은 발을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한화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방산부문 강화를 꾀했지만, 기업결합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제외한 7개국은 모두 조건 없이 기업결합을 승인했지만 공정위 홀로 심사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서다. 당초 한화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기업결합이 완료될 것으로 봤지만 공정위는 이들의 방산부문 독과점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화가 함정 부품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늘어지는 공정위 심사···업계 “빠른 승인 통해 경영 활동 위축 막아야”

공정위 심사가 늦어질수록 대우조선해양 실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업결합 승인이 지연되면서 영업이나 경영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원인이다. 공정위의 고심이 4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올 상반기에 있을 울산급 배치3 수주 전략 수립도 촉박한 상황이다. 

방산시장은 수요자가 정부로 한정돼 있어 한화그룹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품 제조업체인 한화가 함정 건조업체의 입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위사업법을 통해 군수품 생산이나 판매가 진행되므로 한화그룹이 경쟁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독점 가능성이 없는데도 기업결합 기간이 과하게 길어지면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전략 수립 등 경영 활동 전반에 필요한 주요 결정을 내리지 못해 기업 경쟁력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수주 실적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의 어려움이 엿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수주액은 8억달러로 전년 동기(41억8000만달러) 대비 다섯 토막 이상 나면서 조선 ‘빅3’ 가운데 홀로 1분기 실적이 줄었다. 올해 수주 목표(69억8000만달러)의 11.5%를 달성한 상황이다.

반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같은 기간 72억8000만달러를 수주해 전년 동기 실적(71억달러) 보다 소폭 상승했다. 올해 목표치(157억8000만달러)의 46.3%에 해당한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누적 수주금액 25억달러를 돌파, 올해 수주 목표치의 26%를 채웠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