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금융에 밀렸던 방산 분야, 삼성·두산 계열사 인수로 되찾은 그룹 내 중추 입지
“정부·방위사업청과의 거래로 안정적 매출·이익 확보 가능”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 사진=한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한화의 방산 분야에 대한 인수합병(M&A)이 빛을 보고 있다. 인수 직후부터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현재 역시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어서다. 한화의 10년 전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모태 사업인 방산이 다시 그룹의 중추로 자리를 찾은 셈이다.

한화그룹의 시작은 1952년 고(故) 김종희 창업주가 화약 국산화를 목표로 설립한 한국화약이다. 그러나 1992년 사명을 한국화약에서 한화로 변경하면서 화학과 금융, 건설, 레저 등 여러 사업에 진출하면서 화약·방산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했다. 이 과정에서 방산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며 실적 비중도 줄어들었다. 한화의 핵심 사업이 방산이 아닌 화학과 금융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단, 사명 변경 후 20여년이 지난 2014년 삼성 방산 부문과 2016년 두산DST 등을 인수하며 방위산업은 다시 한화의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다. 한화의 2013년 화약제조업(방산)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1243억원으로 그룹 전체의 14.4% 수준이었다.

하지만 김승연 한화 회장의 주도로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와 삼성테크윈(현 한화비전) 등을 인수한 해인 2014년 그룹내 영업이익의 29.2%를 방산 분야가 차지했다. M&A를 통해 20여년간 침체기를 걷던 방산 사업이 단번에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재부상한 순간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성 방산 부문을 인수한 뒤 두산DST(현 한화디펜스)도 인수해 방산 분야의 몸집을 더욱 키웠다. 2년새 삼성과 두산으로부터 3개 방산기업을 인수하고, 사업재편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시킨 결과 두산DST를 인수한 2016년에는 금융사업과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삼성 방산 부문 인수로부터 10년이 흐른 현재, 화약제조업은 최근 한화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방산 사업부문의 2020년 영업이익은 3878억원으로 전체의 21.6%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543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그룹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가 대규모 M&A를 통해 그룹의 모태사업이자 정체성을 찾았다”며 “방위사업은 화학이나 건설 등과 달리 안정적인 실적 달성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산업 특성상 정부·방위사업청과 사업을 진행해 작은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이익을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 방산 부문에는 조만간 또 하나의 변곡점이 있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남아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작업이 완료되면 방산 부문의 자산 실적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실시된다.

한화의 화약제조 부문 자산은 ▲2020년 16조7400억원 ▲2021년 19조3800억원 ▲2022년 23조1150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기준 10조원 규모로 합병이 완료되면 30조원대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한화 관계자는 “국내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남아있지만, 모든 과정이 목표대로 마무리된다면 우주와 지상, 해상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토대를 갖추게 된다”며 “방산이 그룹의 모태인 만큼 앞으로도 큰 규모의 자금 투자나 추가 M&A에 대한 가능성을 늘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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