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기 제조 분야 생산액 80%·종사자 70%·사업체 67% 사천에 기반
제조업 기피 현상에 인구감소 가속화···“우주항공청 유치로 돌파구 마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남 사천 생산라인 모습. /사진=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남 사천 생산라인 모습. / 사진=KAI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경남 사천시는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꼽힌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 우리나라는 항공우주산업의 불모지였다. 1997년 외환위기가 나타나면서 항공 및 우주 분야 등에 정부 차원의 노력 및 투자가 이뤄질 수 없던 시기여서다.

하지만 국가 위기가 조금씩 수습되는 과정에서 이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정부 주도로 관련 기업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이를 통해 현대우주항공과 삼성항공우주, 대우중공업 등 3개 기업의 항공기 사업부문이 통합돼 1999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탄생했다.

3곳의 합병으로 출범해 각 조직은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이들 사업 부문은 2005년 들어 경남 사천으로 모이면서, 항공우주도시로의 출발을 알렸다. KAI가 사천에 둥지를 튼 지 20여년이 지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항공기 제조 분야 생산액의 80%, 관련 종사자의 70%, 사업체 67%가 KAI를 중심으로 한 사천에 기반한다. KAI뿐만 아니라 관련 협력사 300여개도 이 지역에 있다. 사천시 인구는 약 11만명인데, 대부분 항공우주 산업 종사자이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 등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사천에는 항공산업 특화단지와 종포산업단지를 비롯해 2017년 7월 정부가 최종 지정한 경남 항공 국가산업단지, 용당산업단지 등이 있다. 생산과 연구개발(R&D), 항공정비시설 등 관련 산업이 모두 집적화돼 명실상부한 항공우주산업의 중심 도시다.

사천시 관계자는 “사천 날씨는 온화하고 바람이 적어 청명한 날이 많아 비행하기 굉장히 좋은 지역”이라며 “사천공항이 일찍이 일제강점기 시절 건설된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국가 중요 시설은 적대국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놓는 경향이 있다”며 “프랑스 역시 항공산업의 중심지인 ‘툴루즈’도 적국으로부터 먼 지역에 위치해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경향에 맞춰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인 사천을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지로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우주산업의 발전과 함께 KAI와 사천은 동반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제조업 기피 현상 등으로 청년층 및 임직원이 줄면서 사천시 인구도 감소하고 있는 점이 고민이다. 2013년 11만6851명이던 사천 인구는 지난해 10만9369명으로 6.4%(7482명) 줄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AI와 사천은 정부가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로 우주강국 도약 및 우리나라의 우주시대 개막을 위해 사천에 ‘한국판 NASA’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동식 사천시장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최근 우주항공청의 사천 유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우주항공청이 정부 청사가 모여 있는 세종시와 가까운 대전에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 조 의원의 지역구가 대전이며,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 중 충청이 지역구인 인물들은 조 의원을 포함 4명이다.

사천시는 “국내 항공우주산업을 이끌어온 사천 만큼 우주항공청 입지로 적절한 곳은 없다”며 “KAI와 관련 협력사, 사천시민은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지어질 수 있도록 서명 운동을 전개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