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통한 침체기 극복하고 6대 미래사업 박차"
올해 UAE·이집트, 내년부터 미국 진출 총력전
매각설 대해선 "정부도 KAI 잘하고 있으니 놔두고 보자는 의견 있다"며 일축

강구영 KAI 사장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KAI 2050 비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강구영 KAI 사장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KAI 2050 비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당장 올해부터 연구·개발(R&D)에 3000억원 이상 투자하겠습니다. 돈을 빌려서라도 해야 합니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강 사장은 "KF21 이후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준비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선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KAI의 2050 비전인 ‘매출 40조원, 세계 7위 항공우주 기업’ 달성 조건의 핵심은 R&D 투자에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2023~2027년까지 매년 3000억, 2028~2032년까지 매년 6000억까지 투자를 늘린다. 2033년부터는 매출액의 5~10%를 매년 투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결단은 '위기감'에서 나왔다. 강 사장은 KAI의 지난 7년을 '침체기'로 평가하면서 내·외부 악조건에 따라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가 늦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2016~2017년에 경영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2018년에는 미국 고등훈련기사업(APT) 수주 실패를 겪었다"며 "침체기를 겪으며 UAM 등 미래사업 부분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4~5년 정도 늦은 상태"라고 했다. 

한국항공우주(KAI) 6대 차세대 주력 사업 및 R&D 투자 계획
한국항공우주(KAI) 6대 차세대 주력 사업 및 R&D 투자 계획.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KAI는 미래 먹거리로 ▲차세대 무기체계, ▲대형 수송기, ▲차세대 고기동 헬기, ▲UAM(민·군 겸용 AAV), ▲뉴스페이스(독자 위성개발·서비스), ▲우주 탐사·활용 솔루션 등 6가지를 꼽았다. 

세부적으로 6세대 전투기를 통한 차세대 무기체계 시장에 진출한다. 주요 선진국들이 앞다퉈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선 만큼 KAI도 KF-21보다 우수한 6세대 전투기 연구개발을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강 사장은 KAI의 ‘5세대 전투기 개발 경험’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일본과 영국, 프랑스, 이태리 등은 4세대에서 6세대로 건너뛰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KAI는 5세대 플랫폼의 성능개량을 통해 6세대까지 이어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송기 사업은 조만간 개발 소식이 들려올 예정이다. KAI가 지난 1월 UAE와 체결한 ‘다목적 수송기 국제 공동개발’ MOU를 통해 관련 사업이 진행된다. 강 사장은 "올 초 체결한 MOU를 통해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수송기 개발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반드시 우리 국산 대형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KAI는 UAM 플랫폼인 AVV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을 개발 중이다. 빠르면 2027년 시행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강 사장은 "전투기를 만들었던 노하우로 4~5년 내 먼저 출발한 경쟁업체를 따라가겠다"며 ""2030년 중반에는 KAI의 기체로 한국의 UAM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외에도 뉴스페이스(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사업)에선 중형 위성 개발 능력을 통한 소형 위성을 개발해 경쟁력을 발휘하겠단 목표도 세웠다. 특히 위성 사업에서 80%를 차지하는 서비스분야 진출을 위해 소프트웨어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우주 탐사, 우주 모빌리티 사업으로 우주를 활용한 신산업 역량도 키운다.

한국항공우주(KAI) 실적 추이 및 전망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한국항공우주(KAI) 실적 추이 및 전망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연구개발 비용 마련은 수출 확대로

KAI는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한다. 폴란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양한 국가와 수출 계약을 맺은 가운데 추가 수주 계약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강 사장은 올해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UAE와 이집트를 꼽았다. 그는 "UAE와는 비계획적 수출 계약이지만 (계약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올해는 이집트 수출에 집중해 잠정 우선협정대상 국가에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과 내후년은 미국 대상 훈련기 수출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앞서 KAI와 록히드마틴은 미 공군 전술훈련기 사업과 해군 고등 전술훈련기 사업에 FA-50 경공격기의 개량형인 TF-50을 통해 참여한다는 내용의 협력합의서(TA)를 지난해 발표했다. 두 사업의 수주 규모만 전투기 400~600대 가량이다.

강 사장은 "세계 최고의 전투기가 모이는 미국 시장에 들어가면 글로벌 벨트를 완성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중남미를 거쳐 호주와 캐나다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AI는 지난 2018년 미국 신형 훈련기 도입 사업(T-X)에선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당시 미국 보잉-스웨덴 사브 컨소시엄은 T-7A 레드호크를 KAI의 T-50 계열 기종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사업을 수주했다.

다만 이번 훈련기 사업에선 경쟁사의 저가 수주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KAI 관계자는 "T-7A 레드호크의 경우 개발 지연 문제로 납품을 계속 늦추고 있다"며 "KAI는 입증된 기체로 폴란드와 말레이시아 수주를 성공하는 모습을 통해 신뢰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선행개발 전략을 통해 미군이 요구할 만한 추가 무장 능력을 부가하는 등 경쟁력에서 앞서있다는 평가다.

KAI는 올해 매출 3조8000억원, 수조 4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미국 훈련기 사업 진출이 예상되는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10조8000억원, 10조4000억원의 수주 목표를 제시했다. 

한편 이날 강 사장은 KAI의 매각설에 대해선 가능성을 일축했다. 강 사장은 "일부 회사의 매수 수요가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다"면서도 "KAI의 최대 주주인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정부는 KAI가 잘하고 있으니 놔두고 보자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게는 임직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임직원 90% 이상이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