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폴란드·호주·루마니아 등 수출 기대감
현대로템, 폴란드 2차 계약 추진 중···루마니아, K9전차 관심 보여
KAI, 아시아 넘어 이집트·호주·미국 시장 공략 나서
LIG넥스원, 중동시장 공략···루마니아 수출길 확대 기대

국내 주요 방산업체 실적 추정치 및 수주잔고 현황.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주요 방산업체 실적 추정치 및 수주잔고 현황.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안보 위기로 지난해 역대 최대 수주 잔고를 쌓은 방산업체들이 올해도 높은 수익성을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방산업체 '빅4'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은 그동안 수주 성과를 바탕으로 중동과 유럽, 미국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가격과 성능을 앞세워 수출 '잭팟'을 이어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0조 수주 잔고, 올해 본격 수익화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35.5% 증가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6조5396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현대로템, KAI, LIG넥스원 등 국내 '빅4' 방산업체들 모두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향상됐다. 이들의 영업이익 총합은 7516억원, 매출은 14조7132억원에 이른다. 방산업계는 '빅4' 방산업체의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멀지 않았다고 기대한다.

K방산의 호실적은 전 세계 군비 확장 분위기에 따라 국산 무기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및 유럽 진영과 러시아 및 중국 진영의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국제 정세 악화에 '빅4' 방산업체는 지난해 수주 릴레이를 이어갔다. 이들의 수주 잔고 합계는 2022년 말 기준 약 60조원에 달한다. 쌓아둔 일감은 올해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체결한 대규모 수주계약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고객사 납품이 시작된다. 

K방산의 올해 수출 포문은 KAI가 열었다. KAI는 지난달 24일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국산 경공격기 FA-50 18대를 수출한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1조1976억원(9억2000만달러)로 KAI의 역대 동남아 상대 수출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입찰 단계에서 인도 테자스 등 6개 기종과 경쟁했지만 가격과 성능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최종 계약을 따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 운용 중인 국산 항공기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말레이시아는 FA-50과 동일기종으로 2차 18대 추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 수출 물량은 최대 36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국산 전투기의 경쟁력을 확인한 KAI는 동남아를 포함해 이집트, 호주,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단 방침이다. FA-50 외에도 KF-21, 수리온 기동헬기도 수출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수리온 수주 소식이 가장 먼저 들려올 것으로 보인다. KAI 관계자는 "현재 수리온 해외 수출 계약을 추진하는 단계"라면서 "어느 국가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조만간 아시아 지역에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 2023년 수출 전략 전망.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주요 방산업체 2023년 수출 전략 전망.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견고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실적을 견인했던 K9 자주포의 추가 수출이 기대된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집트, 폴란드 등과 K9 자주포 대규모 계약을 확정했다. 올해는 폴란드향 추가 수출이 예상된다. 현재 K9 자주포와 천무 2차 계약을 놓고 폴란드 측과 협상 중이다. 추가로 루마니아·핀란드와 K9 자주포 수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공급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대상은 호주와 루마니아다. 호주는 상반기 중 보병전투장갑차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인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독일 업체가 경쟁 중이다. 루마니아도 레드백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6일 루마니아 국영 방산업체 롬암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무기체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레드백 수출이 가시권에 오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로템의 경우 폴란드향 수주가 기대된다. 지난해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에 대한 1차 공급 계약을 추진한 데 이어 올해 820대 달하는 추가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1차 공급 계약이 4조5000억원 규모인걸 감안하면 2차 공급 계약 규모는 20조5000억원에 이른다.

루마니아 수출 기대감도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루마니아군 관계자들이 현대로템을 방문해 K2 전차 생산시설을 견학하면서다. 루마니아는 T-72 전차 60여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 새 전차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레오파르트2와 현대로템 K2 전차가 루마니아의 대체 전력으로 고려됐으나, 노르웨이가 독일과 수주계약을 체결하며 물량 확보가 어려워졌고 K2 전차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루마니아가 K2 전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현지 입찰 공고도 나오지 않았고 언제 (공고가) 진행될 지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LIG넥스원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등 중동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지난달 20~24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 방위 산업 전시회 ‘IDEX 2023’에 참가, 중동시장을 겨냥한 천궁-Ⅱ 등 대공 무기를 선보였다. 동유럽 진출도 타결 중이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루마니아와 MOU를 체결하며 대공미사일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공동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