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텃밭 OLED TV 분야 10년 만에 시장 진출
삼성SDI, LG 미래먹거리 배터리 부문 투자 늘리며 성장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한때 대한민국 재계 대표 라이벌이었던 삼성과 LG그룹 사이 또 한번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LG그룹의 주요 먹거리로 꼽히는 부문에서 삼성이 치고 들어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과 달리, 현재 LG그룹이 최고라고 내세울 수 있는 먹거리는 제한적이다. 그 중 LG그룹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대표적 사업부문이 LG전자의 OLED TV다. LG는 OLED TV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LG OLED TV 세계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10년 연속 세계 1위다. 반면 OLED TV에서 손을 뗀 삼성은 LCD를 기반으로 한 QLED TV를 내세우는 전략을 펼쳐왔다. 사실상 OLED TV 시장은 버리다시피 했던 것이다. 이처럼 삼성과 LG는 서로 같지만 다른 TV시장에 공을 들이는 미묘한 균형 관계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판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당장 이번주부터 국내에서 OLED TV 판매를 시작한다. 삼성전자의 OLED TV 국내 판매는 10년 만의 일이다. OLED 부문은 LCD와는 다르게 중국 저가 공세 영향이 제한적인데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가 주도하는 OLED TV에 뛰어들지 않고선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LG그룹의 새로운 자존심으로 여겨지는 배터리 부문에서도 삼성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배터리 3사’로 불리지만 그 중 독보적 1위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세계(중국제외)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기준 1위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전년보다 22.9% 증가한 65.2GWh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24.0GWh로 5위였지만 작년대비 성장률은 70.1%로 LG에너지솔루션(22.9%)을 압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후순위 주자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최근 삼성SDI의 상승세는 주목받고 있다. 올해 1월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을 보면 SK온은 전년 1월 대비 한 계단 하락한 6위(점유율 4.7%)로 내려간 반면 당시 7위였던 삼성SDI는 5위(점유율 5.5%)로 뛰어올랐다.

최근엔 GM이 합작 파트너로 LG에너지솔루션이 아닌 삼성SDI를 선택해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는 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에서 GM과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로 했다.

그간 삼성SDI는 증설과 관련, 경쟁사들 대비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배터리는 반도체와 달리 차별화가 쉽지 않아 결국 시장평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내부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전기차 보급세가 예상보다 빨라 삼성도 이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며 “당장 시장 선두로 올라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동안 워낙 별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에서 볼 때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GM과 합작 소식이 전해진 후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배터리 부문은 시장이 형성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 점유율만 놓고 향후 판도를 점치는 것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편, 삼성이 반도체 외 두 사업에 공을 들임에 따라 두 그룹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방문한데 이어 같은 달 27일 삼성SDI 수원사업장을 찾았다. 이 회장은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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