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올 하반기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용화 예고
나트륨이온 배터리, 에너지밀도 낮고 무거워
국내 업체들 고부가가치 제품 집중하며 LFP 개발로 저가시장 대응

CATL이 개발한 소듐 이온 배터리. /사진=CATL
CATL이 개발한 소듐 이온 배터리. /사진=CATL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저렴한 소듐을 양극재 재료로 하는 '소듐(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주목받는다. 중국 CATL을 비롯해 HiNa(하이나) 배터리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나트륨이온 배터리 출시를 예고하는 등 상용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다만 단점인 낮은 에너지밀도를 극복하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장악하고 있는 저가 배터리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렴하지만 단점도 뚜렷

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JAC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안으로 저렴한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배터리 개발사는 중국 하이나 배터리다. 

중국 업체들이 LFP에 이어 나트륨이온 배터리 출시를 예고하며 저가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CATL은 올해 하반기 2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한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최근에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양산화 계획에 속도가 붙은 건 리튬값이 폭등하면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리튬 가격은 킬로그램(kg)당 341.5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3년 전인 2020년 2월 28일(40위안)과 비교해 8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장점은 가격이다. 양극재로 나트륨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트륨은 현재 양극재 주원료인 리튬보다 매장량이 400배 이상 많고 채굴과 정제가 쉬워 가격이 저렴하다.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차후 상용화된다면 중국 업체들이 저가 배터리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ATL에 따르면 SIB의 킬로와트시(kWh)당 생산단가는 77달러 수준으로 리튬이온 배터리(133달러/kWh)와 비교해 1.7배 이상 저렴하다. CATL은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40달러/kWh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트륨이온은 리튬이온과 비슷한 특성과 구조로 되어 있어 기존 생산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한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15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등 충전시간이 짧다. 충·방전 수명과 저온에서 에너지 유지 능력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우수하다.

다만 단점도 명확하다. 에너지밀도가 낮고 무겁다. 나트륨은 리튬보다 원자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 때문에 1970년대부터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 개발됐으나 상용화 속도가 더뎠다. 

국내 배터리업체가 주력으로 하는 고부가 배터리 시장에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중국의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공략하는 시장이 다르다"며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가진 단점이 명확해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국내 '빅3'(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현재까진 나트륨이온 배터리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 대신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한창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화재 위험은 낮고 충전 속도는 빠른게 장점이다. 삼성SDI는 올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시험생산) 라인의 준공을 마칠 예정이다. 2025년 전고체 관련 기술 검증을 마치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기로 했다. SK온은 2029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중국 푸지엔성 닝더시의 CATL 본사. /사진=CATL
중국 푸지엔성 닝더시의 CATL 본사. /사진=CATL

◇저가형 전기차·ESS 시장에서 먹힐지 관건

다만 저가형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CATL을 필두로 한 중국의 저가 공세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CATL은 최근 반값 리튬 전략을 펼치고 있다. 3년 동안 80%이상 CATL을 통해 배터리를 구매하면 리튬을 t당 40만 위안(약 7614만원)에서 20만 위안(약 3807만원)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잇달아 LFP 배터리 개발에 들어간 것도 중국 업체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저가형 전기차·ESS 시장에서 중국의 LFP 점유율이 높은 만큼 향후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고성능 전기차보다는 주로 ESS, 이륜차, 소형차 등에 적용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향후 배터리 소비량이 폭증하게 된다면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도 배터리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고성능 전기차가 필요 없는 소비층에서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소비할 수 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만의 독자적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ESS 시장은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이 점유율을 반수 이상 차지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ESS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이 43.4%로 1위, BYD가 11.5%로 2위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점유율은 각각 7.5%, 7.3%로 4, 5위를 차지했다.

나트륨과 리튬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어느 정도 성능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지난해 말 CATL은 나트륨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하는 'AB배터리'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ATL이 주장하는 신형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주행거리는 500㎞대에 달한다. 박 교수는 "저온에서 성능 저하가 심한 LFP 배터리의 약점을 나트륨이온과 혼합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는 성능이 어디까지 개선되느냐에 따라 기존 LFP와 경쟁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단계다. 어떠한 용도를 찾아가게 될지 흥미로운 전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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