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하락하며 中 LFP 배터리 가격 경쟁력 부각
"미국 시장 선점하고 원료 공급망 다변화 이뤄야"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과 BYD가 글로벌 점유율 1, 2위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K배터리의 위기가 도래했다"며 "올해가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9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중국 CATL이 165.7GWh(기가와트시)로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은 37.1%에 달했다. 중국 BYD(13.6%)는 국내 1위 업체 LG에너지솔루션(12.3%)을 꺾고 2위로 올라섰다. 상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 10개 중 6개가 중국 회사(60.5%)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등 국내 배터리 '빅3' 사의 시장 점유율은 23.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p 하락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성장세도 중국에 뒤지고 있다. 지난해 1~11월 CATL이 101.8%, BYD가 168.3% 성장률을 보인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19.6%, 삼성SDI는 74.9%, SK온은 72.0%를 기록했다. 상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 10개의 평균 성장률(74.7%)를 넘어선 기업은 삼성SDI 뿐이다.
중국이 더 이상 기술력으로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업체가 주력으로 하는 LFP 배터리의 단점이 사라지고 있다. 낮은 에너지 밀도에 따른 짧은 주행거리가 크게 개선되면서다. 지난해 8월 CATL이 공개한 차세대 LFP 배터리인 M3P 배터리(㎏당 230Wh)는 국내 기업이 주력으로 미는 NCM(㎏당 250Wh)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근접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업체는 한국과 비교해 기술떨어지지 않는다고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며 "배터리 제품군도 한국보다 다양해 시장 대응능력도 높다"고 평가했다.
올해 국내 업체는 미국 시장 선점 효과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률이 세계시장 평균을 상회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해 출시되는 GM과 포드 등 신차에 국산 배터리가 장착되는데 이들의 판매량에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리튬값 내리고 니켈값 폭등···가격 경쟁력도 '빨간불'
중국 업체들의 원료 값이 저렴해짐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업체들은 니켈이 함유되지 않은 LFP 배터리(리튬·인산·철)을 주력으로 하는데, 지난해 말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오던 리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당 탄산리튬 가격은 459.5위안으로 전월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11.86% 떨어졌다.
반면 국내 기업이 주력으로 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주원료인 니켈값은 오름세를 보인다. 니켈은 지난 6일 기준 톤(t) 당 2만7465달러(약 3420만원)로, 최근 3개월 새 25% 넘게 급등했다. 지난 3일 기준 톤(t) 당 3만1200달러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소폭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상승세다.
중국산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강화함에 따라 LFP 배터리 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4년부터 LFP가 NCM 배터리를 추월해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빅3 올해 과제는 '공급망 다변화, 북미 시장 공략'
국내 기업도 이같은 위기를 감지하고 공급망 다변화, 북미 시장 공략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핵심 원자재를 보유한 국가에서 관련 자원을 국유화하거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에 니켈의 채굴 및 제련까지 가능한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에는 호주 광산업체 라이온타운과 리튬 정광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은 지난해 11월 칠레 리튬기업 SQM과 5년 장기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호주 QPM 등으로부터 니켈을 공급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주요 원재료 생산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 또는 지분 투자로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있다"며 "원자재 변동성에 대비해 가격 연동제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다변화와 관련해선 높은 중국 의존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내놓은 '이차 전지 핵심 광물 8대 품목 공급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83.3%), 산화리튬·수산화리튬(81.2%), 탄산리튬(89.3%) 등 핵심 광물 수입에서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요 배터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공급망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입국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3사는 자동차 격전지인 북미 시장 진출에도 총력을 다 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적극 대응해 중국과 달리 북미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3사들은 IRA 시행에 앞서 북미 완성차 업체와 합작 공장 설립을 통해 핵심 전략 시장을 공략해왔다"며 "IRA 시행령이 구체적으로 결정되면 점유율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배터리 3사만의 노력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 교수는 "국가 주도의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반도체 특위'처럼 '배터리 특위'를 구성해 IRA 시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韓 배터리 3사, 美 IRA 완화 소식에 원재료 공급망 다변화···“광물 추출국 확대”
- 새해 기대되는 신차는?···‘전기차·SUV’ 줄줄이 출격
- LG엔솔 가파른 주가 하락···우리사주 오버행 우려 넘길 수 있을까
- 韓 배터리 3사, 올 매출만 50兆···“공격적 투자로 생산능력 확장 총력”
- [반도체와 K기업]① ‘반도체 화장’ 지우니 민낯 드러난 삼성·SK
- ‘자금 조달력’에 희비 엇갈리는 배터리업계···질주하는 LG엔솔·주춤한 SK온
- “리튬 어디서 구하나”···배터리업계, 美 IRA에 조달국 다변화 ‘속앓이’
- 원자재 ‘탈중국’ 부추기는 글로벌 규제···'재활용'에 집중하는 배터리 3사
- 미국 시장 노크하는 中 배터리···K-배터리 영향은?
- '나트륨 배터리’까지···끝없는 中저가공세, K배터리 대응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