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부터 배터리에 美 관련국 핵심 광물 40% 함유해야 전기차 혜택 가능
韓 정부·협회·업계, 수입선 다변화 및 ‘非FTA국’ 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 등 美에 예외국 포함 요청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 사진=LG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업계가 제품 생산을 위한 핵심 광물 수입과 관련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금지법) 핵심 광물 요건 시행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수산화리튬 등의 원자재를 다른 곳에서 조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미국 IRA 핵심 광물 요건은 오는 3월부터 시행된다.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의 국가에서 채집된 광물로 생산된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현지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게 골자다.

미국은 배터리의 광물·부품 요건이 충족된 전기차에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 중 절반인 3750달러 혜택은 북미권이나 FTA 체결국의 광물이 40% 이상 사용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적용된다. 이 비중은 2027년에는 80%로 늘어날 전망이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요소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이다. 이 중 양극재를 구성하는 전구체(니켈·코발트·망간 혼합물)와 양극활물질(전구체에 리튬을 결합한 소재)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다.

대표적으로 수산화리튬의 지난해 전체 수입액 36억8000만달러 중 중국 비중은 약 88%(32억3000만달러)다. 2017년 55%를 시작으로 ▲2018년 65% ▲2019년 74% ▲2020년 81% ▲2021년 84% 등 매년 증가 추세다. 코발트 등 다른 광물도 수산화리튬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배터리용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기업의 IRA 대응 전략 짜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2개월 후부터 중국 광물 함유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대신할 조달국가를 아직 제대로 찾지 못해서다.

우리나라는 중국 외에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배터리 광물을 수입한다. 단, 이들 국가는 미국의 FTA 체결국이 아니어서 현재 규정으로는 현지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우리 정부와 한국무역협회, 배터리업계는 핵심 광물 요건의 시행을 앞두고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등이 FTA 체결국이 아니지만, IRA 규정에서 예외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접촉하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현재의 배터리 소재 공급망은 우리나라 배터리 생태계를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미국의 IRA 핵심 광물 요건 시행에 맞춰 중국 수입량을 줄이고 공급선을 다변화해야만 중장기적으로 국내 배터리 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협회, 배터리 기업들은 최근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등이 IRA 예외 국가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며 “규정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 배터리업계도 입장 표명과 함께 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기업 ‘컴퍼스미네랄’로부터 6년간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SK온은 호주 리튬 생산기업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조달국가를 다각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북미권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부터 일정량 이상의 광물을 조달해야하는 만큼 올해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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