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제조업 불황에서도 배터리 산업 ‘호황’
내년 전기차 수요 850만대···LG·삼성·SK, 공장 신·증설 속도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수요 급등에 올해 매출 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제조업이 불황인 상황에서도 배터리 시장은 호황을 맞이했다. 각 사는 올해 거둔 수익을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조2356억원, 1조5006억원이다. 지난해(매출 17조8519억원·7685억원) 대비 매출은 41.4%, 영업이익은 95.3% 늘어난 수치다. 매출은 약 7조5000억원 늘고 영업이익은 두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의 올해 예상 매출은 20조1256억원, 영업이익은 1조9333억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48.5%, 영업이익은 81.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K온의 경우 연간 매출 6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영업손실 규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SK온의 올해 영업손실은 ▲1분기 2734억원 ▲2분기 3266억원 ▲3분기 1346억원 등이다. 4분기에는 220억원(예상치)을 기록해 조만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증권가는 배터리업계의 호실적이 내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이 있지만 전기차 비중 확대라는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와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판매전략으로 양호한 실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전기차(EV·PHEV) 수요는 600만대였다. 업계에선 내년에는 이보다 41.7% 늘어난 850만대의 신규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보급률도 2021년 4%에서 올해 8%,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늘어나는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에 맞춰 업계는 공격적 투자로 생산라인 신설·증설에 총력을 기울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산업단지에 총 4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 수익성이 큰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의 설비 확장에 쓰기 위해서다. 아울러 원격지원 및 제조 지능화, 물류 자동화 등 최신 스마트팩토리 시스템도 도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선 GM(제너럴모터스)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가 현지에서 국채금리로 대규모 장기 투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미국 에너지로부터 25억달러(약 3조2600억원)를 국채금리로 조달한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3.6% 수준이다. 현재 원화 채권시장에서 AA급 회사채가 2~5년 만기에 5~6% 금리임을 감안하면 국채금리는 2%포인트 낮아 이자부담이 덜하다. 얼티엄셀즈는 오하이오와 테네시, 미시간주에 위치한 1·2·3 공장의 생산능력 확충에 자금을 활용한다.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양 사는 최대 31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입해 2025년 1분기부터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부지로 선정된 인디애나주에는 이미 스텔란티스의 부품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다”며 “배터리 공장까지 들어서면 인디애나주는 북미 전기차 생산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확고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SK온은 한국투자PE(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 신주 발행 방식이며, 2026년까지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예정이어서 추가 자금 확보가 기대된다.
이 투자 유치로 SK온은 미국과 헝가리 등의 글로벌 생산기지의 증설에 활용한다. SK온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0년 20GWh ▲2021년 40GWh ▲2022년 77GWh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2025년까지 220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