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 광물 가격 니켈↑·리튬↓···NCM 배터리 주로 제작하는 韓 업계 부담
LG엔솔·SK온, CTP·CTC 기술력을 LFP 배터리에 적용···에너지 밀도 15~20%↑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배터리 공장. /사진=LG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배터리 공장. / 사진=LG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LFP(리튬·인산·철) 개발을 공식화했다.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과 리튬 가격이 최근 상반된 가격 방향성을 보이면서 그동안 주력해 왔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만 생산할 수는 없게 됐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니켈 가격은 톤(t)당 2만8625달러로 전월보다 13.3% 올랐다. 같은 기간 탄산리튬의 가격은 kg당 75.7달러로 7.7% 낮아졌다.

올해 초부터 치솟던 리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LFP를 주요 생산품으로 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의 원가 부담은 낮아지고 있다. 반면, 니켈 가격 급등에 한국 배터리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주원료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에너지 밀도가 개선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높은 원가에도 니켈 함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중국산 LFP 배터리와 글로벌 점유율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니켈 원가가 계속 오르면 NCM 배터리도 비싸져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LFP 배터리의 장점은 제조원가가 저렴하고 NCM과 비교해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어 일반적으로 상대적으로 저가인 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탑재돼왔다.

중국산 LFP 배터리가 탑재된 테슬라 모델3. /사진=테슬라
중국산 LFP 배터리가 탑재된 테슬라 모델3. / 사진=테슬라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꾸준히 LFP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미국 포드와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선택하고 있다. NCM과 비교해 낮은 가격에 늘어난 주행거리를 경쟁력으로 내세워 글로벌 고객사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의 리튬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추가 가격 경쟁력도 얻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내 배터리 기업도 NCM 배터리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의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도 기술 개발을 통해 중국에 맞불을 놓아야 할 시점”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등은 과거 LFP 배터리 개발 경험이 있어 원재료와 일부 기술만 추가 개발한다면 곧바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에 중국 난징 공장을 LFP 제조라인으로 전환한다. 2024년에는 미국 미시간 생산라인에 LFP 신규공정을 만든다. 공식적으론 해당 공정에서 생산할 LFP 배터리를 ESS(에너지저장장치)에 활용한다고 밝혔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전기차 제품도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온도 고객사 요청에 맞춰 LFP 배터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LFP 배터리의 최대 단점인 낮은 에너지 밀도를 CTP(셀투팩) 및 CTC(셀투섀시) 기술로 극복하려 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셀-모듈-팩’으로 구성된다. CTP는 모듈을 제거해 부피와 무게를 줄이고, 빈 자리에 추가 셀을 배치한다. 기존 구조에선 전기를 저장하는 셀의 비중이 약 50%지만, CTP의 경우 70%까지 늘어난다.

CTC 방식은 CTP에서 더욱 발전해 모듈과 팩을 생략하고 배터리 셀을 차량 섀시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줄어든 부품만큼 차량 무게는 가벼워지고 공간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주행거리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CTP와 CTC 기술력을 LFP 배터리에 적용하면 에너지 밀도가 15~20% 향상될 수 있다”며 “모듈 등의 제거로 부착 셀이 많아지면서 LFP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중국 제품과 대등한 위치에서 가격·기술 경쟁력으로 점유율 다툼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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