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KAI·넥스원·현대로템, 합계 수주잔고 90兆
5년새 방산 인력 16.4%↓···신규 채용에도 임직원 부족 여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 사진=한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방산업계가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주요 기업의 수주잔고가 9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대 15년치 일감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우리나라 방산 산업의 수준이 최근 들어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수주잔고는 시간이 지나며 단계적으로 방산기업의 매출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실적의 가장 중요한 가늠자다. 단, 쌓여가는 일감에도 이를 소화할 인력이 줄어드는 현실은 ‘K-방산’의 지속성장을 가로막는 위기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대표 방산기업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이다. KAI의 지난해말 수주잔고는 24조5961억원이다. 지난해 수주 목표치는 4조1890억원이었는데, 추가된 일감규모는 8조7444억원에 달한다.

폴란드와 FA-50 전투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잭팟’이 터진 덕분이다. KAI는 지난해 8월 폴란드와 3조6626억원에 달하는 FA-50 48대 공급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항공이 완제품이 유럽 국가에 수출되는 첫 사례였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과 현대로템의 수주잔고는 각각 12조2651억원, 13조890억원이다. 전년 대비 넥스원은 47.6%, 현대로템은 28.8% 늘어난 규모다. 넥스원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지대공 유도 미사일 천궁-II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이어 노르웨이에도 K2 전차를 수출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41조46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1% 늘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각 기업의 일감을 합하면 90조원이 넘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아직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연말까지 수주 릴레이가 계속돼, 시장에선 50조원을 충분히 넘겼을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국내 방산기업의 수주잔고는 100조원 이상이 된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일감이 생산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러나 이 일감을 소화할 인력이 부족한 것이 방산업계의 큰 걱정거리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수주잔고로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실적과 향후 성장성에 기반해 신규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인재 풀이 적어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016년 13만3236명이던 업계 인력은 2021년 11만5491명으로 5년 만에 16.4% 줄었다. 조선업계의 인력부족과 마찬가지로 청년층이 제조업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로 인해 각 기업은 인력수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200여명을 신규 채용했고, 기술·관리직에 한해 긴급채용도 진행해 인력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AI는 매년 하반기 정기채용을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100여명을 채용했다. LIG넥스원과 현대로템은 각각 650명, 400명 이상을 신규 고용했다. 각사 모두 채용목표 만큼은 충원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임직원 숫자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다른 관계자는 “한정된 시장에서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기업마다 다양한 채용전략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지방 근무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어 수도권에 연구거점이나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복리후생을 강화하는 방법 등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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