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위기 아닌 '오히려 기회'···급증하는 미국 수요 올라타
전통 경기방어주 방산, 우주사업 영위해 경기 영향도 제한적
대우조선해양 흑자전환·STX중공업 인수는 과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값 급등, 경기 침체로 국내 기업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돋보인다. 영위하고 있는 사업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부터 자유롭고 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정책·정치적 수혜 입고 '훨훨'

13일 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책·정치적 수혜를 입으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승진하며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이 지휘하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우주사업은 모두 환율 변동성과 경기침체 영향에서 다소 자유로운 산업군이다.

태양광 사업은 미국의 정책적 수혜가 따랐고, 방산·우주사업은 러·우 전쟁과 국내 방산업 육성 정책 수혜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 사업은 한화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다.

미국 솔라 허브 지도. /사진=한화솔루션
미국 솔라 허브 지도. /사진=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 '태양광', 미국 IRA 정책 수혜

지난 11일 한화솔루션은 3조2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허브'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솔라 허브 투자 규모는 미국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미국 태양광 시장을 발 빠르게 선점하는 데 김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알려졌다.

단일 기업이 북미 지역에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별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추는 것은 한화솔루션이 처음이다.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태양광 밸류체인을 잡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국의 독자적인 밸류체인 구축을 김 회장이 매듭지었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이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미국 IRA 법안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가 있다. 올해부터 현지에서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세액공제 등 미국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이 각 생산 라인을 100% 가동할 경우 1년간 세액공제만 해도 8억7000만 달러(약 1조원)를 받을 수 있다.

배러티 업계 등이 고심하는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고민도 어느정도 덜어냈다. 한화솔루션은 솔라 허브 생산 라인에 지난해 지분을 인수한 'REC실리콘'이 만드는 폴리실리콘 투입을 검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정책 따른 방산사업 수혜도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전통적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방산·우주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경기방어주는 경기 흐름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실적을 내는 주식종목을 뜻하는데, 방산과 우주사업 모두 주요 고객을 정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적 수혜도 뒤따른다. 정부는 방산수출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등 국내 방산기업을 겨냥한 화끈한 지원책을 내놨다. 군 당국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연두 업무보고 자리에서 '2023년 국방부 업무추진계획'을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작년 사상 최대의 방산수출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엔 정부의 강력한 수출지원 정책을 적용해 방산 수출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4~17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방산과 원전, 에너지 등 분야 협력을 논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국방지출을 늘리는 추세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당분간 국방비 지출 경쟁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방위산업의 부흥기"라고 진단했다.

사진=정승아 디자이너
사진=정승아 디자이너

◇승승장구하는 김동관, 인수합병도 성공적 마무리 할지 주목

업계에선 그룹 간판으로 떠오른 김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의 뒤를 이를 차기 총수가 될 것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건 탄탄한 경영 성적이다. 

남은 과제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흑자전환이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21년 1조7500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 3분기까지 1조2300억원가량 적자를 봤다. 부채비율은 1290%에 달한다. 

김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춰 시너지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또 HD현대와 맞붙은 STX중공업 인수전이 남았다. 앞서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은 선박용 엔진을 자체 제작하지 않는다. 김 부회장은 STX중공업 인수로 엔진 기술력을 확보해 조선업 수직 계열화를 꾀고 있다. 수직 계열화에 성공하게 된다면 김 부회장의 후계자 입지도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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