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입사 후 태양광 ‘대박’···김승연 회장의 신임 얻어 후계자 입지 강화의 초석
한화솔루션, 3분기 최대 영업익 달성···석유화학 부진을 태양광으로 만회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10여년 간 태양광 사업을 육성하는데 집중했다. 이는 김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의 후계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입지 강화의 초석이 됐다. 한화 입사 후 처음 손을 댄 태양광이 ‘대박’을 터뜨리자 당시부터 김 회장은 사실상 김 부회장을 후계자로 점찍었다.
김 부회장은 2011년부터 한화솔라원(현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에 근무하며 태양광 사업을 챙기기 시작했다. 2012년 독일 태양광 기업인 큐셀 인수도 그의 작품이다. 큐셀 인수 후에는 국내 진천·음성과 미국에 생산라인을 만들었고, 한화솔루션으로 사명이 바뀐 현재는 그룹의 핵심 사업의 한 줄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 현지 주거 및 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한화솔루션은 올해 2분기까지 각각 16분기, 11분기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 더해 중국 기업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미국 진출이 어려워진 만큼, 이 기록은 오랜 시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484억원이다. 2020년 통합 법인 출범 후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을 상쇄시켰다.
석유화학 부문은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에서 원가를 뺀 가격)가 최근 끝모를 추락을 계속하며 초비상이다. 해당 산업의 대표 기업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3분기에 적자전환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한화솔루션 상황은 다르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한화케미칼이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석유화학 부문이 핵심 사업임에도 태양광의 성장으로 최고 이익을 달성했다. 김 부회장의 태양광 ‘10년 공든탑’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김 부회장의 태양광 사업 성공은 김 회장의 신임을 얻는 주요 배경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김동관 부회장이 미국 하버드대 입학 후 주위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장남이 공부를 잘한다고 자랑했던 것으로 유명하다”며 “학업에 이어 태양광으로 사업 및 경영 측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자, 자신을 이을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결정지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의 현재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신기술 개발 및 영업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광 모듈 시장 1위 지위를 지키기 위해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해야한다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해 태양광뿐만 아니라 화학·방산·우주 등 그룹의 주요 사업을 두루 담당하고 있지만, 본인의 경영 텃밭이 태양광인 만큼 해당 사업의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태양광 발전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는 ‘셀’이다. 셀을 전지판 형태로 가공한 것이 ‘모듈’이다. 셀의 효율이 높아지면 모듈 설치 면적 대비 전력 생산량이 늘어나 작은 면적에서도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 기술에서 효율이란, 태양광이 100이라고 가정할 때 에너지로 전환되는 양을 비율로 나타낸 수치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태양광 시장에선 태양광 셀의 효율을 0.1%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본다”며 “수백억원의 자금이 연구개발에 투입돼야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태양광 부문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셀 대비 1.4% 효율이 높아져 24.4%에 달하는 탑콘셀을 내년 4월 생산할 예정”이라며 “2026년에는 탑콘셀보다 효율이 4.3% 더 높아진 탠덤셀도 양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