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에 지분 인수가격도 하락···한화 “현금 보유량 충분, 외부수혈 없이 자체적으로 자금 마련 가능”
현 경영진 교체 가능성도···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사장, 새 대표 물망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한화가 인수를 위한 정밀실사를 마무리하면서 조만간 인수 본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남은 관문은 국내외 경쟁당국의 결합심사와 인수자금 조달이다.

9일 한화에 따르면 올해 10월 18일 시작된 대우조선 정밀실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사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대우조선 인수단은 지난달 16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아 현장실사도 진행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반대로 현장실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과 달리 진행 과정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정인섭 전 사장은 현장실사 전날 노조를 찾아 대화를 나눠 대우조선 임직원의 고용보장과 노조 승계 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단은 큰 어려움 없이 실사를 마무리했다.

본계약은 이달 중순 체결될 예정이다. 다음 단계는 내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와 해외 경쟁당국 승인 등의 국내외 인허가 취득이다. 해외 당국의 승인 거부로 현대중공업의 경우 대우조선 인수가 불발됐지만, 한화는 현재 조선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아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마지막 이슈는 인수가격과 자금조달이다. 앞서 한화는 대우조선의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과 지분 49.3%를 인수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계약이 체결될 올해 9월 시점, 대우조선의 시가총액은 조선주의 상승세에 힘입어 약 2조7000억원이었다. 반면 현재는 약 25.9% 감소한 2조원 수준이다. 양해각서에는 인수 시점의 주가에 맞춰 지분을 매각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대우조선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계약 시점인 올해 9월의 경우 지분 인수 가격 1조30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한 2조3000억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주가하락으로 현재는 지분 1조원과 프리미엄을 합친 2조원이면 가능하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인수 예상가격이 당초보다 낮아지면서 한화 측은 자금 마련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금리인상 및 강원 레고랜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로 국내 자금시장이 얼어붙었지만 현금성 자산이 충분해 인수 과정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대우조선 인수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는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인수지분 49.3% 중 24.7%를 담당한다. 이에 따라 인수 가격의 절반가량을 에어로스페이스가 책임져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충분히 충당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성 자산은 1조8080억원이다. 외부 자금을 수혈하지 않아도 보유 현금 및 자산으로 인수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에어로스페이스의 대우조선 인수자금은 자체 마련이 가능하다”며 “다른 계열사도 방산 사업 호조와 수주일감의 생산을 통한 선수금 확보로 현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어 내부조달 만으로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선 한화가 인수 마무리를 앞두고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 등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 자리는 한화 측 인사가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 대표로는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사장이 유력하다. 그는 대우조선 인수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 한화에너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정 전 사장은 2013년 한화에 합류하기 전까지 대우그룹에서 근무한 ‘대우맨’이다. 고(故)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수행비서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한화는 아직 인수 과정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경영진 교체 등에 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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