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잭팟에 올해 글로벌 무기 수출국 순위 韓 6위 전망···방산 선진국들 견제 시작
정부, 무기 고도화 위한 내년 방위력 개선비 17兆 투입···방산업계 “연구개발 비용 늘려 다양한 무기체계 수요 확대에 대응”

현대로템의 K-2 주력 전차. /사진=현대로템
현대로템의 K-2 주력 전차. / 사진=현대로템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건국 이래 최대·최고의 방위산업 호황기를 맞으면서, 이른바 ‘K-방산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특히 폴란드향 수출 잭팟은 한국 방산의 저력을 국내외에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우리나라와 폴란드는 올해 7월 병기조달 기본협정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성사된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의 수출규모는 124억달러(약 16조원)다.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국내 방산 수출액은 17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로 폴란드 수출액은 전체의 72.9%에 달한다. 폴란드 계약을 발판 삼아 현재까지의 방산 수출액은 지난해 72억5000만달러 대비 2.8배 많은 수준이다.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에 자국의 전차와 자주포 등 중화기를 지원하고 있다. 단기간에 대량의 무기를 반출하면서 나타난 군 전력 위축을 채우기 위해 우리나라 등 외부로부터 많은 양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이 성사된 이후 영국과 핀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각국에서 한국 무기에 대한 관심이 커져 계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추가 수출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2010년대 초반 국내 방위산업 수출규모는 세계 13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 6위로 7계단 뛰어올랐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발표한 올해 글로벌 무기 수출국 순위를 보면 1위 미국, 2위 러시아, 3위 프랑스, 4위 스페인, 5위 독일 등에 이어 우리나라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가성비 전략’이 성장의 배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방위산업 무기체계 수준은 선진국 대비 80~90%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양산 역량을 통한 납기 준수 등을 경쟁력으로 성장해왔다”면서 “양호한 성능과 우수한 사후 서비스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폴란드 잭팟 이전까지 국내 방위산업은 정체기였다. 수출 무기의 90%가 K-9 자주포와 FA-50 경공격기 등에 치우쳐져 다른 제품의 실적은 매우 저조했다”며 “현재 주력 수출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채워진다면 또 다시 정체기가 찾아올 수 있다. 국내 생산 무기의 기술력 향상을 통한 ‘초격차 전략’으로 방향성을 선회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방산 선진국은 폴란드 수출 건으로 우리나라의 무기 영업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방위산업과 관련해 국가 및 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는 상당한 제약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각국 견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 및 방산기업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무기 및 성능개발을 제시했다. 반도체나 자동차 분야에서도 경쟁국 및 글로벌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상대하고 있는 만큼, 방산시장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통한 기술력 확보로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를 위해 2023년 국방예산은 올해 대비 4.6% 늘어난 57조1268억원이다. 국방부는 “국가 총예산 증가율은 2022년 8.9%에서 내년 5.2%로 감축했지만 같은 기간 국방예산은 3.4%에서 4.6%로 확대 편성됐다”며 “국방예산 증가율은 중앙정부의 12개 지출 분야 중 외교·통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방예산은 크게 전력운영비와 방위력 개선비로 나뉜다. 이 중 전력운영비는 현재 우리 군을 유지·지탱하는 자금이다. 방위력 개선비는 해외에서 일부 무기 수입에 쓰이는 돈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 방산기업의 매출이 된다. 결과적으로 방위력 개선비가 늘어나면 각 기업이 무기 개발에 쓸 수 있는 투자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내년 방위력 개선비는 올해 대비 2.0% 늘어난 17조179억원이다. ▲2020년 16조6804억원 ▲2021년 16조9964억원 ▲2022년 16조6917억원 등 수년째 16조원대에 머물던 해당 예산이 17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위산업이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방산 역량 강화를 위해 방위력 개선비를 확대 편성했다”며 “세부적으로 미래 전장환경 변화에 대비한 최첨단 무기 기술 확보와 수출 무기 부품의 국산화 등을 위해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고 전했다.

방산업계도 방위력 개선비 증가를 반기고 있다.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려 다양한 무기체계 수요 확대에 즉각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무기의 주요 수요국이 중·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는 낮은 가격보다는 높은 성능이 중요하다.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야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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