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할부 금리 인상에 따라 수요 급감···연말 연식변경·신차 할인 겹치며 가격 내려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고가 모델 타격 더 커···전기차 신차는 즉시 출고 물량도 늘어

최근 고금리 시대를 맞아 자동차 업계에서도 수요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최근 고금리 시대를 맞아 자동차 업계에서도 할부금 부담에 따른 구매 심리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고금리 시대를 맞아 자동차 업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신차 가격을 넘어서기도 했던 중고차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전기차 등 신차 계약 취소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28일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에 따르면 이달 중고차 가격은 국산·수입차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11~12월은 연말 신차 프로모션과 연식 변경 모델 출시 등을 앞두고 중고차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데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중고차 구매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달 중고차 가격은 싼타페 더 프라임 모델이 전월대비 7.9% 떨어지며 가장 크게 하락했다. 이어 BMW 5시리즈와 기아 더 뉴 K3가 전월대비 각각 3.6% 떨어졌다. G80(-3.2%), 아반떼 AD(-2.5%), 그랜저IG(-0.2%), 더 뉴 쏘렌토(-0.8%) 등도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가격이 많이 올랐던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경우 하락폭이 더 컸다.

케이카에 따르면 이달 BMW X5 하이브리드 모델 평균 가격은 9100만원으로 전월대비 8.5% 하락했으며,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4세대는 3250만원으로 5% 떨어졌다. 이어 BMW3시리즈(-4.5%), 렉서스 LS500h 5세대(-2.8%), 볼보 XC60(-2.5%) 등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 모델X, 모델Y, 모델3 모두 가격이 하락했다. 모델Y 평균 가격은 1억1570만원으로 전월대비 4.1% 내렸고 모델Y는 3.4%, 모델3는 1.2% 떨어졌다.

중고차 가격의 경우 신차 출고가 길어지면서 일부 모델 한정 신차보다 가격이 비싼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최근 고금리 시대를 맞아 차량 구매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가 감소해 가격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 포털에 따르면 신용등급 701점~800점대 소비자가 60개월 할부로 중고차를 구매하려고 할 경우 금리는 평균적으로 16.5% 수준에 달했다. 가장 높은 곳은 19.9%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보다 높은 신용등급인 801점~900점대에서도 평균 금리는 1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초와 비교하면 2배 이상 금리가 오른 셈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가격이 급등했던 매물들을 중심으로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금리에 따라 신차도 영향을 받고 있다.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출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선 계약을 해놨던 고객들이 신차가격 상승·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나온 신형 그랜저도 출시 이후 취소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랜저를 계약하고 기다렸던 회사원 최 아무개씨(38세)는 “기존 모델을 계약하고 기다리던 중 대기 기간이 길어져 신형으로 전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취소하고 다른 모델로 계약하자니 출고일이 너무 늦어져 우선 기다려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신형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오르고 금리도 비싸져서 계약을 취소하고 우선 지금 타는 차를 더 타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영업점 관계자도 “신형 그랜저 출시 이후 계약을 걸어놨던 고객들이 취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다만 워낙 대기 고객이 많았던 지라 곧바로 다른 고객들에게 양도가 되고 있어 큰 타격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차의 경우 중고차와 신차 모두 고금리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될 것이라 보고 우선 전기차를 미리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고금리 부담으로 곧장 중고차로 팔면서, 중고차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출시한 현대차 아이오닉6의 경우 벌써 SK엔카닷컴에만 117대가 등록될 정도로 많은 물량이 풀리고 있는 상태다.

또 전기차 신차의 경우 고금리와 함께 보조금 소진까지 겹치면서 계약 취소물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모델의 경우 즉시 출고가 가능해지는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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