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의견서 형식, 사업자 안전확보의무 축소
원청 책임범위 완화, 적용 법률 제한적 규정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고용노동부에 건네 논란이 됐던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는 개정안 의견서 내용이 공개됐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방향이란 제목의 이 문건은 기재부의 의견서 형식을 띄고 있으며 시행령과 법안 개정사항이 대조표를 통해 제시돼 있다. 

앞서 지난달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성창훈 기재부 경제구조개혁국장은 문건에 대해 부서에서 실무적인 차원에서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기재부 의견이 아니며 수행한 용역을 그대로 단순요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용부가 제출한 기재부 문건에 대한 입장문과 용역보고서 원문의 법안개정 의견이 차이가 있는 이유는 고용부가 문서를 옮기는 과정에서 달라졌을 것이고 중대재해법을 형해화시키려는 시도는 아니며 해당 문서는 실무 차원에서 작성된 문서이므로 제출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문건을 보면 중대재해법을 형해화하는 기재부의 개정안 의견서였다. 문건의 제목부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방향’으로 기재부의 의견서 형식을 띄고 있다. 시행령과 법안의 개정사항이 대조표를 통해 제시돼 있으며, 수행한 용역을 전혀 언급하지도 않고 특정 보고서의 요약문이라는 내용 역시 없다. 

용역보고서와 문건의 개정안에는 내용상 큰 차이가 있어 요약으로 보기 어렵다. 용역보고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형사처벌 규정 삭제나 사무직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문건에 포함돼 있다. 

문건 말미 ‘향후계획’ 항목엔 ‘고용부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8월말) 이전 우리부 개정의견 반영’, ‘고용부 등 소관부처와 협의를 통해 시행령 개정안에 우리부 의견 반영’이라고 명기돼 있다. 

장 의원은 기재부가 제시한 안이 중대재해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 요구사항 상당 부분을 수용하고 기업에 더 유리한 요소들도 있단 것이다. 장 의원은 “형사처벌 삭제나 경제벌 전환은 경총과 전경련조차도 기대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안”이라며 “최고안전담당자(CSO)도 경영책임자로 보는 규정은 총수를 처벌에서 쉽게 면제시키는 길을 열어 준다”고 비판했다. 

시행령 개정 내용은 사업자 안전확보의무를 대폭 축소하고 원청의 책임범위를 완화하고 적용 법률도 제한적으로 규정한다.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도 법안 부칙 개정을 통해 유예할 것을 주장한다.

장 의원은 “기재부의 개정안으로는 편의를 위해 기계에서 보호덮개를 떼어냈다 끼임사망사고가 벌어진 SPC 계열사 제빵공장조차도 처벌을 간단히 피해갈 수 있다”며 “기재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