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전자 이사회 이재용 회장 승진 의결···부회장 오른 지 10년 만
인사 통해 조직 정비 후 본격적으로 비전 제시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함에 따라 향후 행보 및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했다. 사내이사 선임이 아닌 회장 취임 여부는 이사회 의결을 받아야 할 사안은 아니지만,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과 관련, 이사회의 동의를 얻기 위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신임 회장은 평소 이사회 중심 경영을 중시해왔다.

부회장에 오른 지 10년 만에 이뤄진 회장 취임이지만, 현재 경영상황을 보면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76조7800억원, 영업이익 10조8500억원의 실적을 발표했다. 선전하던 반도체 이익이 뚝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39%나 급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다음 분기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한 반도체 업계 인사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며 “마땅히 시장상황이 나아질 조건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이 회장은 공식적인 취임사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사내게시판을 통해 지난 25일 사장단 간담회때 밝혔던 소회 및 각오가 공개됐다. 이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진단했다.

회사가 어려워진 시점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 회장은 우선 본격적으로 ‘이재용 회장 체제’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회장이 된 만큼 이재용 회장으로서의 구체적인 비전 제시가 이뤄질 것이며, 곧 이뤄질 인사가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회장 취임 여부와 무관하게 이전부터 이미 이 회장 체제로 사장급 인사들이 거의 물갈이 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회장 취임 이후 삼성전자 인사와 관련해 더욱 관심을 모으는 포인트는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사실상 복원하지 못하고 있던 컨트럴타워의 부활이다. 삼성 내부 뿐 외부에서도 삼성전자가 어떤 형태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낼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10대 그룹 내부 인사는 “이재용 회장 체제로의 변화의 시작은 결국 컨트롤타워 복원”이라며 “과거 논란으로 해체됐지만 대다수 기업들도 운영 중이고 여론도 부담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선 조직정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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