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부회장’ 이재용, 회장 승진으로 책임경영 위한 리더십 확보 기대
‘비서실→구조본→전략기획실→미전실→TF→?’···이 회장 보좌할 조직 설립 관측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27일 정기 이사회를 연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과 컨트롤타워 부활 등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료로 업황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승진을 통해 책임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를 보좌할 확실한 컨트롤타워도 다시 조직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에서 올해 3분기(7~9월) 실적을 보고하고, 각종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재계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여부가 이번 회의의 핵심 안건이 될 것으로 본다. 2012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후 10년째 현재 직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5대 그룹 총수 중 부회장에 머무르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해서다. 또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법 리스크에서 예전보다 자유로워진 점도 그의 회장 승진을 예측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사회가 승인만 하면 이 부회장은 곧바로 회장 승진이 가능하다. 시장에선 그의 회장 취임일이 삼성전자의 창립기념일인 다음달 1일이 유력할 것으로 본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2주기와 시기도 비슷해, 취임하기에 적절한 때라는 분석이다.
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지금도 너무 늦었다는 분위기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병상에 장기간 누워 있던 시기에 이 부회장에게 회장 승진을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최 전 부회장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 회장이 와병 중이지만, 생존 중이어서 회장직에 오르는 것은 자식된 도리가 아니라고 고사한 바 있다.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이 회장의 별세로 회장직이 2년째 공석이며,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각한 만큼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책임경영을 실시할 인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 부회장이 승진을 통해 ‘10년 부회장’이란 꼬리표를 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국내외 계열사를 돌며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과의 소통에 앞장서는 모습은 다른 기업 회장들보다 더 회장다운 모습”이라며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글로벌 정·재계 인사와 연이어 만나고 있는데, 회장 직함으로 활동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부회장의 승진과 더불어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도 이사회에서 논의될지 관심을 모은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1959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비서실에서 시작됐다. 비서실은 그룹의 모태로 꼽히는 삼성상회에 이어 ▲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등으로 계열사가 늘어나자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비서실은 삼성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1970년대를 거치며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했다.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총수 자리에 오른 이후에도 이 조직은 명맥을 이어갔다. 비서실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담당 업무는 비슷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없는 그룹의 역할 조정과 경영진단, 브랜드 관리, 신사업 발굴 등을 맡으며 위상이 높아졌다.
이후 구조본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증여와 X파일 사건으로 기능과 역할이 축소되면서, 전략기획실로 새롭게 출범했다. 단, 이 조직은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을 맡았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비롯된 2008년 삼성 특검으로 2년여 만에 해체된 바 있다.
그러나 전략기획실 해체 2년 후인 2010년 삼성의 중장기 투자 및 미래 먹거리 발굴이란 명목 아래 ‘미래전략실(미전실)’이라는 이름으로 컨트롤타워가 다시 부활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로 7년여 만에 사라졌다.
그룹을 대표하는 컨트롤타워는 없어졌지만 현재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와 금융경쟁력제고TF, EPC경쟁력강화TF 등이 명맥을 잇고 있다. 이들 조직은 이른바 ‘소전실’로 불리며 옛 미전실과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지만, 역할과 권한이 상당 부분 축소돼 중장기 사업계획 및 미래 비전 수립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과 함께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등장할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근거다.
현재 삼성 측은 이사회 논의 안건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이 부회장의 연내 승진과 컨트롤타워 부활 등에 관해 언급하는 것에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