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수 구속 후 지배구조 개편 논의 사실상 못해···이재용 부회장 복권 후 준법위와 함께 실마리 찾을지 관심
취임 2년 맞이한 정의선 회장,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 후 지배구조 개편 숨고르기 들어가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사면복권 두 달 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취임 2년 째를 맞이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공통점은 지배구조 개편을 과제로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수 년째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지만 여전히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정기회의에 참석했다. 준법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국민발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고 위원회의 활동방향인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경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동참할 것이며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남과 관련,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이 부회장과 위원들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여부다. 준법위 2기는 지배구조 개편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고 이 부회장 역시 회장 취임, 컨트롤타워 복원 문제 등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을 선결해야 할 과제로 남겨놓고 있다.
일단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삼성으로선 이전보다 상황이 나아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후 사실상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개편을 어떻게 이룰지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선 이 부회장으로부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고리를 손대야 하는데,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의 통과 여부가 개편방향을 사실상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정의선 회장은 14일로 회장 취임 2년 째를 맞이했지만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공회전 중이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일각에선 지배구조 개편이 순풍을 타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우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하고, 정 회장이 해당 지분을 처분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와 더불어 정 회장이 그 무렵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해 실탄을 더 확보했다는 점도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었다.
올해가 2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역시 기약이 없다. 얼어붙은 증시 상황에 제값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상장철회한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년에나 IPO(기업공개)에 재도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의 가장 기본적인 첫 단추로 여겨졌던 현대엔지니어링 상장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과 현대차는 실질적으로 승계를 마치고 오너가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지배구조는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당히 특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