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OLED TV 출하량, 유럽 수요 급감에 전년比 2.7% 감소 전망
LCD 패널, LGD 철수로 중화권 의존도 커지며 가격 협상력 약화 예상

LG전자 모델들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LG베스트샵 강남본점에 진열된 97형 올레드 에보 갤러리에디션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TV 소비심리 위축으로 LG전자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수요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LG전자 OLED TV 출하량 역성장이 예상되면서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에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수급도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TV용 LCD 패널 생산량을 줄일 예정이어서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LCD 패널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주는 셈이어서 LG전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LG전자 OLED TV 출하량 전망. /자료=트렌드포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OLED 프리미엄 전략 유효” 예상했지만···OLED TV 역성장 전망

21일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LG전자 올해 OLED TV 출하량은 약 393만대로 전년(404만대) 대비 2.7% 감소할 전망이다. OLED TV 주력 판매 지역인 유럽의 올해 TV 출하량이 전년보다 12.5%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LG전자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초 고부가가치 제품인 OLED TV 주요 소비 계층은 고소득층인 만큼 경기 불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그러나 OLED TV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유럽 내 에너지 공급 불안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요 절벽을 만났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OLED TV 출하량을 667만대로 전망하면서 전년 대비 0.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가 지난 2016년 통계 집계에 나선 이후 OLED TV 역성장은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 전망치는 2억200만대로 전년보다 3.8%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0년중 가장 낮은 수치다.

LG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글로벌 수요 감소와 재고 급증 여파로 지난 2분기 1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 1분기 이후 28분기 만의 적자다. 회사는 흑자 전환 방안으로 OLED TV 판매 강화를 내세웠다.

이정희 LG전자 HE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지난 7월에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경기 상황과 TV 수요 동향에 민감하게 대응해 현재는 유통 재고가 어느 정도 정상화에 들어왔다고 판단한다”며 “이 때문에 OLED 프리미엄 전략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수익성이 점차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LG전자 예상과 달리 OLED TV 수요 부진으로 3분기 흑자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등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LG전자 HE사업본부가 3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CD 공급망에서 중국 업체 비중 증가 불가피···“LG전자 불안”

LG전자는 내년 LCD 패널 공급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TV용 LCD 패널을 LG디스플레이, BOE, AUO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이중 LG디스플레이 비중이 제일 높다.

이런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TV용 LCD 생산력을 내년 하반기 올해보다 약 40% 감축하기로 결정하면서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시장 경쟁력이 낮은 LCD 패널 구조조정을 위해 내년 TV용 LCD 패널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파주 P7 공장 LCD 라인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생산 중인 TV용 LCD 패널도 점차 고부가가치 IT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LG전자 LCD 패널 공급망이 특정 지역과 업체에 편중되면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LCD 철수로 이같은 문제에 먼저 직면한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일본 샤프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바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LG전자의 LCD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만 업체에 물량을 많이 주고 싶어도 생산력에 한계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중국 업체들이 LCD 패널 통제권을 갖게 돼 LG전자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LG전자로서는 LG디스플레이가 TV용 LCD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기를 원할 것”이라면서도 “연간 기준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LG디스플레이는 실적 개선을 위해 LCD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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